일본 방문길에 '새판짜기' 거듭 강조하며 개헌론까지 제기
박원순·안희정 등 '잠룡' 행보에도 영향줄듯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계복귀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014년 7·30 수원 병 보궐선거 낙선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해왔지만, 야권에서는 정계복귀를 타이밍의 문제로 보는 분위기가 강했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가시화는 정치권에 정계개편론이 들썩이기 시작한 점과 맞물리면서 야권에 미묘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4·13 총선 결과를 깊이 새기고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 새판을 짜는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해 정계복귀를 통해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손 전 고문은 19일 일본 게이오(慶應)대 특강에서도 "한국 정치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로 갈지, 아니면 다당 연립으로 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대선주자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손 전 고문이 개헌 추진을 통해 정계개편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양자 대결로 다져지는 야권의 대권경쟁 구도도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대표가 현재의 야당 구도 속으로 재편입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입지가 각각 강화된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 손 전 고문이 움직일 공간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손 전 고문이 정계개편의 바람에 몸을 실으며 두 야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전 대표 측 한 핵심 인사는 "구질서의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고민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로선 기존 정당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의 향후 행보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 26일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발족하는 것을 계기로 정치결사체를 만들어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중도 신당'이 출현하게 되면 손 전 고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지는 셈이라는 것.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는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자 등 야권의 차기대권주자 이른바 '잠룡'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2일 전주를 방문해 "다수의 대선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대선주자 후보군을 확대할 것임을 내비쳤다.

문 전 대표 외의 다른 잠룡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최근 원내 지도부를 꾸리면서 대선 후보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 공정경쟁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잠룡들도 최근 활동 영역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데 이어 원로급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지지기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안 지사 주변에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피어오른 '충청 대망론'에 편승해'안희정 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있고, 안 지사도 최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치로 우리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