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복귀한 정진석 "중진 의견 듣겠다"…'대주주' 불참 한계 지적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 무산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위기가 19일 중대 고비를 맞았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치적 칩거를 하루 만에 풀었고, 상임전국위를 사실상 보이콧함으로써 실력 행사에 나섰던 친박(친박근혜)계도 일단 공세 고삐를 늦추고 정 원내대표 행보와 여론 추이를 살피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정 원내대표가 4선 이상을 참석 대상으로 소집한 중진회의가 극적 타협의 계기를 마련할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충남 공주 마곡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인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 "내일 중진회의를 소집했으니 중진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비대위 인선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친박계는 특히 김세연 의원, 이혜훈 당선인의 배제를 관철할 태세지만, 이는 정 원내대표나 비박(비박근혜)계에는 정치적 '굴복'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선호하는 비대위원 추가 선임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만약 중진의원들이 파국을 염려하며 정 원내대표가 받아들일 수준의 중재안을 내놓는다면 이를 명분으로 친박계를 설득해 출구로 삼을 수도 있다.

문제는 당의 '대주주' 격인 계파의 주축 인물들의 불참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중진회의에서 정면 충돌을 면할 중재안을 내놓는다 해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우선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본회의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중진회담을 통해서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지난번 중진회동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박계 핵심 실세인 최경환 의원도 총선 참패 후 공식 행사 참석을 자제하며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중진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의원은 최근 당 사태에 대해 거리를 두고 공개적 언급도 내놓지는 않았지만 측근들은 최 의원에게 강성 비박계 일색의 비대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박계 구심점 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대표도 참석 계획이 없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에 등원 후 김성태 의원, 김학용 전 대표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표 재임 당시 당직자 등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본회의가 열려 모인 김에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낙선 의원에 대한 위로 성격도 곁들였다.

여전히 계파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이들은 공식 행사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측근들과는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총선 참패 이후 향후 당권, 대권 등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고민하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정작 당 위기 수습에는 나서지 않고 몸만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