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일 원내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진연석회의를 소집해 말씀과 의견을 들어보겠다. 그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중진 의원들을 전진 배치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이었고 그렇게 가야 옳다”고 했다. 40대 3선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비박(비박근혜)계 소장파 위주로 비대위를 구성했던 자신의 애초 구상을 설명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에 친박(친박근혜)이 많으니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표를 많이 받았지만 그분들 표만 갖고 당선되지 않았다”며 “생각이 다른 분들도 지지했고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친박을 ‘배신’했다고 보는 일부 기류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또 “협치하고 혁신하라는 것이 민심의 명령”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의 중진연석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선 “모두 연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공주에 머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천주교 대전교구청과 마곡사에 들른 뒤 당무에 복귀했다.

정 원내대표가 중진의원 회동 뒤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대체로 세 가지다. 우선 혁신위를 따로 두지 않고 비대위를 ‘혁신형 비대위’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외부인사가 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안이다. 주로 비박계가 주장하는 방안으로 당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하며 친박에 대한 총선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친박계 요구를 대폭 수용해 기존 비대위원을 교체하거나 친박계가 추천하는 인사들을 비대위원으로 추가 임명하고 혁신위원장도 새로 인선하는 방법이다.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에 ‘항복’하는 모양새가 돼 비박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용태 의원을 대신할 혁신위원장을 다시 임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당대회를 앞당겨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빨리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도 전당대회를 준비할 기구는 필요하다. 당 관계자는 “친박과 비박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