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정면충돌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출범이 무산되면서 여권발(發) 정계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의 주도권이 지속되고 비박계의 혁신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분당(分黨)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14년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경기 수원병)에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정계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헤쳐모여’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발 연정론, 정의화 국회의장의 신당 창당 움직임 등도 정계 개편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1차 분수령은 7월 말이나 8월 초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전당대회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대에서 친박이 당권을 장악하는 수순으로 간다면 분당은 현실화될 수 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새누리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수도권부터 흔들리고,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여러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일본 게이오대 특강에서 “한국 정치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로 갈지, 다당 연립으로 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국민은 총선에서 정치의 새판을 짜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새판 짜기’에 대해 “여야를 통틀어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념적 색채에 맞게 정치 지형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게 손 전 고문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정 의장이 오는 26일 발족하는 정치연구소 ‘새 한국의 비전’이 신당 세력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정 의장은 19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크탱크와 별개로 정치결사체를 조직할 것”이라며 “후배들이 나라를 잘 끌고 갈 것 같으면 나는 조언하는 수준에 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창당을) 결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세 달 고민해 보고 10월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친박계+반기문 UN 사무총장’ 구도와 친노(친노무현)계 중심의 더민주와 차별화하는 제3의 신당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비박계가 ‘4·13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 등과 함께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포함하는 ‘중도 보수’ 세력과 연대하는 시나리오도 일각에서 나돈다. 비박과 비노, 국민의당이 합치는 이른바 ‘빅텐트론’이다.

국민의당에서 불을 지핀 연정론도 정계 개편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지역 언론사 대표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새누리당과 연정은 없다”고 했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보다 더민주에서 나오는 얘기 같다”고 일축했다. 다만 “새누리당에서 합리적 보수주의 성향 인사가 온다면 받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비박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실적으로 비박계의 탈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서 증명됐듯이 ‘나가면 죽는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분당이나 탈당을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고, 김영우 의원도 “분당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