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19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안을 담은 법안들이 무더기로 20대 국회의 과제로 남게 됐다. 여야가 일부 법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하면 19대 임기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별로 없다. 19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며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야 입법이 가능하다. 경제계는 경제 활성화에 역행한 ‘최악의 국회’라고 비판한다.

정부와 여당이 중점 추진한 노동개혁 4법은 여야가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거의 해소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되게 됐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4법 중 파견법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렸다. 금형 주조 등 뿌리산업과 55세 이상 근로자의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며 맞섰다. 여야 간 이견이 커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되더라도 쉽게 통과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도 무산됐다. 은행법 개정안은 4%인 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 한도를 정보기술(IT) 기업이 보유한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에 한해 50%로 높여주는 내용이다. 야당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법안 중에서도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 많다. 시·도별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을 설정하고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큰 틀에선 여야 간 이견이 없었지만 대기업의 이·미용업 진출 허용 등 일부 내용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라 합의에 실패했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거래소 본사를 어디에 둘지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거래소 본사를 부산으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특정 지역을 법에 명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면세점 허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결격사유가 없는 한 허가를 자동 갱신하도록 한 관세법 개정안은 허가 기간 연장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었지만 자동 갱신에 대해 야당이 반대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20대 국회 과제로 넘어갔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 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처리가 지연되는 법안은 재적의원 60%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 국회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개정도 20대 국회로 넘어갔다. 공직자 등이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이 법은 명절 선물 수요 등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말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이후에도 존치하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도 사회적 논란 속에 여야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