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흔들기' 친박 재선, 19대 '친이 배제' 때 정치권 입성
비박 3선, '친박 학살' 때 등원…김용태 "악인은 심판 못견뎌"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재선 그룹과 비박(비박근혜)계 3선 그룹의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16일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원 인선과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에 반발, 인선 백지화를 요구한 초·재선 당선인 20명의 성명은 친박계 재선 그룹이 주도했다.

당시 성명은 김선동 당선인과 김태흠·박대출·이우현·이장우 의원 등이 주축을 이뤘으며, 전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배경에도 이들의 '물밑 움직임'이 있었다는 소문이 당내에 퍼져 있다.

비박계 일각으로부터 '7인방'으로 부르는 이들 중 한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재선 그룹이 끈끈하게 잘 뭉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다"며 "정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의 재선 그룹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하며 친박계와의 대결에 나선 이들은 비박계 3선 그룹이다.

전날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개최가 불발되자 이들 중 몇몇은 따로 모여 긴급 당선인 총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대위원으로 내정됐던 김세연·김영우·이진복·홍문표·홍일표 의원과 이혜훈 당선인이 중심에 포진했으며,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을 비롯해 김성태·김학용·이명수·황영철 의원과 이종구 당선인 등이 같은 범주로 묶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하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측근"이라며 당의 전면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한 인사들이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악인이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이 의인의 회중에 들지 못하리로다.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재선 그룹과의 충돌을 '선악 대결 구도'로 규정한 것이다.

친박계 재선 그룹과 비박계 3선 그룹은 몇몇 원외 당선인을 제외하면 각각 19대 총선과 18대 총선에서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뒤 이번 20대 총선에서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한 인사들이다.

18대 총선은 옛 친이(친이명박)계의 '친박 학살 공천'이 이뤄졌으며, 19대 총선에선 친이계에 대한 친박계의 '보복 공천'이 반작용으로 나타났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로 통한다.

이에 따라 이번 새누리당 내홍의 근저에는 과거에 잇따랐던 '학살 공천'에서 잉태된 반목과 대립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복공천의 부메랑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각각 상대 계파에 의한 자파의 '정치적 학살'을 목도하며 극단의 정치에서 살아남은 만큼 화해와 타협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앞으로 정 원내대표의 거취나 비대위 구성, 조기 전당대회 실시 등 주요 고비마다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