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새누리 '원조 쇄신파' 남·원·정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등 이른바 ‘남·원·정’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남·원·정’은 새누리당 원조 소장·쇄신파로 불린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로 당내 대선 주자들이 상처를 입으면서 남 지사와 원 지사를 대선전에 조기등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나온다. 정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남·원 지사 측은 모두 도정에 전념하겠다며 조기 등판론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최근 협치(協治)와 당 혁신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예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경기도 후원으로 ‘20대 국회, 협치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도 의회 여소야대 돌파를 위해 시작한 ‘경기도표 연정(聯政)’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남 지사도 참석했다. 남 지사는 대권, 정 의원은 당권으로 나눠 이들이 비박(비박근혜)계 구심점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 지사는 토론회에서 “4·13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은 난제들을 힘을 합해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 저성장, 저출산, 북핵 문제 등은 우리 내부가 갈라져선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내각제를 시행해 여야가 힘을 합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보려고 한다”며 “제대로 된 연정과 협치를 위한 법·제도를 국회의원들이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은 “총선을 통해 국민이 협치하라는 정당구조를 만들었다”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협치하지 않으면 정치권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당·청 관계, 여야 관계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자문하고 있다”며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면 피하지 않겠다”고 당권 도전 의지를 나타냈다. 원 지사는 도정에 전념하겠다면서도 정계 개편과 당 혁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원·정’은 2000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장파 쇄신 모임인 ‘미래연대’를 이끌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2년 대선 자금 수사 후폭풍이 불자 이회창 전 총재 측근들과 충돌, 세대교체를 요구하면서 쇄신파의 대명사가 됐다. 이 전 총재 측 인사가 대거 물러났고, 이들의 ‘반기’는 결과적으로 당시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대표가 되는 발판이 됐다.

이들은 2004년 총선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 의원과 남 지사는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김기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