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더민주, 국회의장 자리 놓고 '신경전' 재점화 기류
국회 '입·출구'격 운영·법사위 등 쟁점상임위도 평행선
여야 입장차 커 개원해도 한동안 '개점 휴업' 배제 못해


제20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원구성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때 원내 제1당에 등극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고, 반대급부로 새누리당이 법안의 출구이자 '상원'으로 통하는 법제사법위를 가져가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막상 협상에 착수하자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근거지를 잃은 더민주가 집권 여당이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서 "한 석 차이의 제1당이면서 국회의장직을 가져간다고 하는데 우리도 언제든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122석, 더민주가 123석으로 의석 차가 거의 없는 데다 7명에 달하는 탈당파의 복당만 이뤄지면 지위가 뒤바뀌는 만큼 섣불리 국회의장직을 넘겨 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새누리당의 이같은 주장은 국회의장 문제를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삼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이어 상임위 배분에 대해 새누리당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상임위로 운영위, 국방위, 예결위, 정보위를 꼽고 있다.

지난 제14대(1992년) 국회 이후 이들 상임위는 예외 없이 집권 여당이 위원장을 맡았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제16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133석으로 원내 제1당이었지만 119석의 민주당이 여당이라는 이유로 운영위를 비롯한 4개 상임위를 담당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와 금융 등을 다루는 기획재정위, 정무위 중에서 한 곳 정도는 야당과 나누는 게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있다.

현재 전체 18개 상임위·특위 위원장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8:8:2로 배분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는 유력하게 거론된다.

반면 더민주는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운영위, 법사위, 예산결산특위를 3대 주요 상임위로 꼽고 적어도 한 개 상임위는 넘겨받는다는 협상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여당과 시각차가 판이하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를 제1당으로 만들어 주신 총선 민의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국회 운영상 원내교섭단체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운영·법사·예결위 중 하나는 제1당에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을 양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1, 2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함으로써 상임위 배분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상임위원장 '2+α' 확보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장 확보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 분리·통합을 통한 구조 개편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인위적으로 상임위를 자르고 붙일 경우 밥그릇 다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국회 공간도 협소하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다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교육과 언론·문화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관 부처가 묶인 데다 어느 한 분야에서 민감한 현안만 터지면 무관한 법안까지 올스톱 된다는 점에서 분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민주 역시 현행 위원회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 강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교문위 분리 방안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교문위 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를 분리시키고 대신 국방위-정보위, 운영위-윤리위, 안전행정위-여성가족위의 통합을 제안한 상태다.

한편,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임기 개시 후 7일에 열리는 최초 집회일에 선출하고, 상임위원장 선출은 최초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으나 여전히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지 못한 데다 시각차도 현격해 여야가 또다시 국회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국회법에 따라 최초 집회일은 5일이지만 5∼6일이 휴일이어서 7일 열려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이신영 박수윤 서혜림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