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정책 맞수] 김종석 "기업 옥죄는 규제 개선" vs 채이배 "지배구조 투명성 높여야"
기업을 겨냥한 포퓰리즘 입법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규제개혁 전도사’,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며 재계와 대립각을 세워온 ‘재벌 공격수’. 대기업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이 20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한다. 전자는 김종석 새누리당 당선자(61), 후자는 채이배 국민의당 당선자(41)다. 총선에서 소속 당의 경제공약 수립에 적극 참여한 두 사람은 정무위원회 배치를 희망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홍익대 경영학 교수 출신으로 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그는 한국경제연구원장 시절 5000여개 규제를 전수조사해 정부에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 김 당선자는 “의원입법을 통해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불량규제’가 양산되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며 “입법의 질을 높이는 품질관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채 당선자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국민의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재학 시절 장하성 교수의 강의에 감명받아 소액주주운동에 뛰어들었다. 장하성펀드의 투자처를 물색하며 매일 수백개 공시를 분석, 날카로운 질의서를 보내 주요 그룹을 긴장시켰다. 채 당선자는 “고속성장에 기여한 대기업의 공은 인정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전근대적 경영에는 태클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의 정책 지향점은 ‘1호 법안’에서도 엿보인다. 김 당선자는 새누리당 모든 의원이 서명해 발의하고도 19대 국회 처리가 무산된 ‘규제개혁기본법’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규제일몰제, 규제비용총량제, 규제영향 분석 등으로 무분별한 규제의 난립을 막자는 법안이다. 채 당선자는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을 준비 중이다. 공정거래법, 상법, 상속세법, 증여세법 관련 규정을 패키지로 개정해 내부거래 규제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내용이다.

야권이 내세우는 ‘재벌개혁’에 대해 김 당선자는 “현행법을 촘촘하게 집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기업을 옭아매는 게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중소기업만 갖고는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국회가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적으로 한국형 양적 완화, 경기 부양은 물론 장기 과제인 노동개혁, 부실기업 정리 등까지 입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 당선자는 ‘바람직한 지배구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주가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해운업이 이렇게 된 것도 오너 일가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순환출자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회사를 연명시키다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세간의 평가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공정한 원칙을 마련해 기업과 경제를 건강하게 하자는 것이지 기업을 옥죄자는 게 아니다”며 “나는 누구보다 친기업·친시장주의자”라고 말했다.

임현우/박종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