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나보고 십자가를 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되도록 (십자가를)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친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4·13 총선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당 대표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그는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 당 대표의 소명과 역할은 정말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대표 임기(2년) 동안 제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여권에서 확실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과제는 박근혜 정부가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그 바탕 아래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것이다. 뚜렷한 당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는 사명을 부여받는다.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잘되면 후보 개인이 잘해서 그렇게 됐다고 하겠고, 실패하면 대표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평가를 받고 책임을 져야한다. 정말 십자가를 지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숙명이라고 생각을 해봐야 하지만 스스로 먼저 하겠다고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나보고 십자가를 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십자가를 메야 할 상황이 온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 하지만 되도록 피하고 싶다.”

최 의원은 총선 전 대표 경선에 나서는 데 대해 이렇게 고심스런 반응을 내놨다. 차기 새누리당 대표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막중한 과업을 떠맡게 될 수 밖에 없고, 만약 실패할 땐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당시 친박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선 총선 뒤 최 의원의 대표 경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총선 뒤 사정은 달라졌다. 친박계로 선거 패배 책임이 돌아오면서 주요 당직에 나서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최 의원이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주저앉히려 했던 이유다.

그러나 최 의원이 차기 대표 경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들은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임기말 각종 정책 과제들을 제대로 뒷받침하려면 힘있는 최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최 의원이 “십자가를 지고 싶지 않지만 져야 할 상황이 온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고 한 배경이다.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가 7월에 개최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최 의원의 출마 여부에 온통 관심이 쏠린다. 그의 출마 여부는 전대 판도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출마하면 대표를 노리는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현실적으로 뜻을 접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친박계 이정현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당권 도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9일 비박계 재선 의원과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친박계 정우택 의원과 한선교 의원도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대표적 주자로는 정병국·김성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 의원은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이 당권을 비박계에 내주면 박근혜 정부 집권 하반기 권력 누수가 생길 수 있다. 출마 땐 비박계에서 총선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0일 “유기준 의원에게 ‘친박자숙론’을 내세우며 원내대표 출마 포기를 종용했던 최 의원이 전대에 출마하는 것은 부담일 것”이라면서도 “청와대나 다른 친박계에서 강력하게 출마를 요구하면 본인의 뜻과 관계 없이 나서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최 대표가 전대 향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