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3일 청와대에서 여야 3당의 원내지도부를 만나 협치(協治)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13일 회동은 새누리당의 패배로 끝난 4·13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이 총선 민의 수용 의사를 밝히며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이른 시일 내에 3당 대표를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해 만들어진 자리다.

애초 청와대는 첫 회동이 갖는 정치적 무게를 감안해 3당 대표를 만나는 방안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표 문제가 정리가 안 되고 더불어민주당도 임시지도부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지속되면서 박 대통령은 일단 원내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으로 협치의 스타트를 끊었다.

여기에는 3당 체제 하의 20대 국회에서 각 당 원내대표의 역할과 위상이 이전보다 커졌고, 시급한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해 원내 지도부를 먼저 만나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란 방문 효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치 수준을 벗어나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정 추진의 모멘텀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도 가급적 조기에 3당 지도부와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내용 면에서 볼 때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 지도부간의 만남은 여소야대 형식의 3당 체제가 만들어진 뒤 처음 이뤄지는 정치 이벤트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 총선으로 의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갔고, 19대 국회에서처럼 과반의 여당 의석에 기반한 국정운영 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만큼 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국정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만남은 박 대통령이 여야 3당과 협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민생·경제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인 이를 연결 고리로 여야의 협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총선 민의를 "민생을 살리고 일자리 좀 많이 만들어 다 좀 협력해 우리 삶이 좀 나아지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저도 민생 살리는데 집중하고 그 부분에서 더욱 좀 국회하고 계속 협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은 13일 회동에서 민생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본다.

일단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동을 정례화할 수 있다는 점과 사안별로 필요하면 여야정 협의체 구성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대국회 협치를 이끌어갈 구체적인 룰과 형식이 큰 틀에서 논의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및 중장년층 고용 문제와 직결됐다고 보고 있는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와 함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에 대한 관심도 재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선 분야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선별적 양적 완화 방침과 함께 관련 법인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을 전날 발표했지만,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 차원의 법안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이 국회의 협력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북한의 위협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로 인한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력도 같이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야당측이 제기할 수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나 세월호 특별법 연장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세월호 특별법 연장 문제는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게 청와대 내 분위기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