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남북 노동당 통합 뒤 김일성 취임한 직위 부활
'통일지도상' 부각·당 우위 국가체제 확립 의도 분석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최고 수위' 직책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직책의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NHK와 교도통신,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 위원장은 이날 당 대회가 열리고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일부 외신들의 대회 취재를 허용한 가운데 김 제1위원장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 사실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대회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며 김 제1위원장이 당 위원장에 추대된 사실을 보도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949년 6월 30일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이 당 대회 없이 제1차 전원합동회의를 개최,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하면서 김일성이 위원장에, 박헌영과 허가이가 부위원장에 각각 선출됐다.

중국 신화통신도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보도하면서 "1949년 6월 30일 조선반도 남북의 노동당이 합병돼 통일된 조선노동당이 됐고, 김일성이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67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김일성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그다지 오래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할 때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이 맡을 것으로 예고한 '최고 수위'의 직책으로 사실상 신설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선중앙TV는 지난 7일 ▲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 당규약 개정 ▲ 당 중앙지도기관의 선거와 함께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우리 당의 최고수위에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가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위원장에 취임한 것은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당 우위 지배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김 제1위원장의 기존 당 직책은 비서국의 최고책임자를 의미하는 제1비서였다.

애초 이번 당 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일성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1966년 10월 개최된 제2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기구가 개편되면서 중앙위원회 위원장직은 폐지된 바 있다.

당 중앙위 위원장은 김일성 유일체제가 확립되기 전 집단지도체제에 가까운 지배구조에서 존재했던 직책이라는 점에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노동당 위원장은 남과 북의 노동당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김일성이 최고 수위로 추대된 직책이라는 점에서 '통일지도자'를 꿈꾸는 김 제1위원장의 낙점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영원한 주석'으로 아버지인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됐다는 점에서 주석이나 총비서 직책은 승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제1위원장의 총비서 추대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이 노동당 총비서직에 추대되면 2012년에 아버지 김정일에게 바친 총비서직을 다시 빼앗아오는 불효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미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제1비서로 재추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최고 수위로 추대되려면 '제1'이라는 수식어를 빼는 것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1'자가 지닌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위원장이라는 직제를 신설하고, 김정은이 유일한 최고 책임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제1비서는 비서국에 국한된 느낌"이라며 "당 위원장은 당 전체를 이끄는 유일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상현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