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서 김정은에 '귀엣말 보고'…올해 김정은 최다 수행
"노장청 조화 원칙 남은듯…일부 세대교체 가능성"


지난 6일 개회한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북한 지도부의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6일 당대회 의정(토의할 문제 및 차례)을 결정했다며 ▲당 중앙위 사업총화 ▲당 중앙검사위 사업총화 ▲당 규약개정 ▲김정은 최고수위 추대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을 나열했다.

6~8일 사흘간 당 중앙위와 중앙검사위의 사업 총화(결산)가 진행된 만큼 이제 당규약 개정,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로운 직위 추대, 중앙지도기관 선거 절차가 남은 셈이다.

이 가운데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는 당 중앙위원회 선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 중앙위는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기관으로 정치국·비서국·검열위원회 등으로 구성된다.

즉 이들 조직에서 이번 당대회를 거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향후 김정은 시대 핵심 지도층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차관급)이다.

그는 북한이 발표한 당대회 집행부 39명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당대회 주석단에서는 당당히 김 제1위원장과 가까운 두번째 줄에 앉았다.

특히 그는 지난 7일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당대회 2일차 관련 영상에서는 김정은의 바로 옆에 무릎을 꿇고 '귀엣말 보고'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나이가 59세 가량으로 추정되는 조 부부장은 지난해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다음으로 김 제1위원장을 많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4월까지 16회로 최다 수행 횟수를 기록했다.

앞서 국정원도 지난해 11월30일 조 부부장이 북한 권력 서열에서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 부부장이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조직지도부나 다른 부서의 부장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직위 변화도 주목된다.

그의 현재 직책은 조용원과 마찬가지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다.

그가 일하는 구체적인 기관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보 당국은 당 선전선동부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전선동부는 선전활동 사업 총괄지도, 사상교육 및 출판물 통제 등을 담당하는 부서로, 북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핵심 조직이다.

이에 따라 김여정이 당대회를 통해 김기남 현 선전선동부장을 밀어내고 새 부장으로 내부 승진하거나, 다른 기관의 부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기존 김 제1위원장의 핵심 측근 가운데는 빨치산 2세대의 선두주자인 최룡해 당 비서의 건재가 눈에 띈다.

지난해 '혁명화'를 거치는 등 신분상 부침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번 당대회 주석단에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바로 옆을 차지해 김기남 당 비서보다도 김 제1위원장에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이밖에 또 김양건의 장의위원 명단 서열에 빠졌던 박도춘 군수담당 비서와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이 집행부에 이름을 올려 핵심 실세로 부상한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들이 그동안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에 앞장선 전문가라는 점에서 북한이 향후 군사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몰두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렇게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는 반면 건강이상설이 나돌았던 강석주 국제담당 당 비서의 경우 이번 당 대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2선 후퇴설'이 점차 굳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 제1위원장이 지난 6~7일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에서 '종파분자', '세도' 등에 대한 '투쟁'을 강한 어조로 촉구한 점도 향후 이어질 숙청을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은 보고에서 먼저 "우리 당은 혁명이 가장 어려운 난관과 시련에 직면했던 시기를 기회로 (삼아)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노리면서 당안에 분파를 조성하려 책동한 현대판 종파분자들을 숙청함으로써 당의 통일단결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도와 관료주의가 허용되고 용납되면 부정부패가 성행하고 전횡과 독단이 생겨나며 그것이 쌓이면 반당의 싹이 자란다"면서 "(이것들이) 뿌리채 뽑혀질 때까지 투쟁을 끈기있게, 강도높이 벌여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대회 집행부 구성 등을 보면 노장청 조화라는 기본 인사원칙은 남아있는 듯하다"며 "대대적 물갈이보다는 당중앙위원회 일부 세대교체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이어 "전혀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기보다는 부부장급 실무 책임자로 이름을 알렸던 사람 중에 이번 당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당 중앙지도기관에서 주요 직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