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4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미군 주둔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 미군 인적 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100%는 왜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사회자가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군 주둔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냐’고 재차 묻자 “당연하다. 그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제대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군대와 경찰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미군 철수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뒤에도 한국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있어 관련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방위비 적정 부담을 넘어 100% 부담을 주장하고 있어 관련국과의 동맹관계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공개 인터뷰 석상에서 방위비 100% 분담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1년부터 해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낸 방위비 분담금은 약 9500억원으로 전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인건비, 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 지출된다. 방위비 분담금은 10년 동안 약 40% 증가했다. 빈센트 브룩스 신임 주한미군 사령관도 최근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이 같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 사실을 확인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이 같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에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배경을 두 가지로 해석했다. 우선 선거용이라는 분석이다. 유권자에게 동맹국 방위비 분담과 불공정 무역거래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해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집권 후 분담금 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관계자는 “분담금 조정 문제를 미군 철수와 연계해 동맹국으로 하여금 분담금을 올리도록 하고, 미국은 줄어든 국방비 부담을 국내 경제와 복지 문제에 쓴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일본 핵무장 허용론에 대해 “이들의 핵무장을 원치 않는다”며 “내가 원하는 것은 방위비만 제대로 변상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트럼프의 대선 후보 결정 후 양국 간 동맹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일본 방위비 문제와 함께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 시 양국이 공동 대응하도록 하는 미·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해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