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메이트 김광림 지지표도 흡수…나경원과 26표 큰 차이
친박 유기준 7표…"친박 단일 후보 없다" 이후 대거 이탈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인이 3일 당초 박빙 승부라는 예상을 깨고 26표 차이로 여유 있게 당선됐다.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으며 곧바로 결판을 냈다.

탈박으로 통하는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될 때도 이날 경선 표 차이에 못미치는 19표 차가 났던 점을 고려하면 대승인 셈이다.

이 때문에 결국 정 당선인의 승리에는 당내 주류 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대거 몰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제20대 총선 122명 당선인 가운데 친박계로 대략 60∼70명을 꼽는다.

숫자로만 따진다면 정 당선인이 얻은 69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셈이다.

심지어 전날 오후 7시를 전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친박계 초선 당선인들에게 정 당선인을 지지하라는 '오더'(지시)가 내려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혼전 양상 속에 경선 구도를 '친박 대 비박'의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담긴 루머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친박표가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기준 의원이 7표를 얻은 데 그친 것도 친박계가 물밑 교감에 따라 의견을 통일한 징후로 읽을 수 있다.

비록 유 의원이 막판에 '탈계파'를 선언했지만 친박계 핵심으로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당내 유일한 친박계 주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도 이끌어 적지 않은 득표력을 갖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유기준 홍문종 의원이 경선 전 회동을 통해 유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를 발표한 게 친박계 후보 단일화로 비쳐지자 최경환 의원이 공개적으로 "친박 단일 후보는 없다"라고 선언한 게 결정타였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는 최 의원의 발언에 친박계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사실 친박계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 정부 집권 하반기 청와대와 협력해 각종 입법 과제를 이끌어야 할 원내사령탑을 온전히 비박계에는 넘겨 줄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절충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지만 박 대통령과도 가까워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나 의원은 비박계로 분류돼 친박계로서는 아무리 원내대표에 자파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부담스러워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 당선인이 친박은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비박계로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TK)의 표심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정 당선인이 경북 출신의 김광림(3선, 경북 안동)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손을 잡았을 때부터 승부추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친박계 자숙론을 내세웠던 최경환 의원 역시 TK 출신이라는 점이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번 경선에서 여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출신은 김 의원이 유일해 이 지역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나 의원 역시 김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막판까지 공을 들였으나 결국 정 당선인과 짝을 이루면서 TK 정서가 정 당선인 쪽으로 기울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류미나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