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은 '루싸리'·전신 다 가리면 '부르카'…히잡의 세계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국빈방문길에 이슬람교 국가 전통을 존중해 흰색 머릿수건을 착용한 것을 계기로 '히잡'으로 불리는 무슬림 여성의 차림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의 가르침에 따라 천으로 신체 일부를 가리는 차림을 통칭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큰 스카프로 머리카락과 어깨, 가슴을 가리고 얼굴을 내놓은 것을 히잡이라고 부른다.

히잡은 지역이나 국가, 신체를 얼마나 가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명칭과 스타일이 있다.

박 대통령이 테헤란에 도착하면서 쓴 흰색 머릿수건은 이란에서 '루싸리'라고 불린다.

머릿수건을 가리키는 말로 가장 흔하게 들리는 말인 '차도르'는 페르시아어에 기원을 둔 이란식 명칭이다.

검은색 천으로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신체 전부를 가리는 옷을 뜻하는데 아랍어로는 '아바야'로 불린다.

'니캅'은 이보다 더 보수적인 차림으로 눈만 내놓고 몸 전체를 가린다.

가장 엄격한 차림은 '부르카'다.

눈 부위까지 망사로 덮어서 몸 전체를 가리는 것을 뜻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집권했을 당시 여성에게 부르카를 강요한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서방 등 국제사회에서는 부르카라면 여성에 대한 억압을 상징하는 차림으로 여긴다.

히잡은 남편 등 가족 이외의 남성 앞에서 머릿수건을 쓰라는 쿠란 구절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 기원은 이슬람교 시대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비잔틴, 페르시아 제국 상류층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했으며 유대교도 가운데에도 보수파는 아직도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리고 생활하기도 한다.

히잡은 종교적 색채가 짙고 여성에게만 요구된다는 점 등 때문에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돼왔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표방한 프랑스에서는 2011년 아예 법을 만들어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나 니캅 차림을 금지했다.

하지만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문화적인 풍습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에는 서방 패션업체 사이에 히잡 등 이슬람 스타일의 제품 출시가 유행처럼 번졌다.

2년 전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계열사인 DKNY가 이슬람권 금식 성월 라마단 기간에 알맞은 옷을 처음 내놓았다.

일본 유니클로는 지난해 영국 디자이너 하나 타지마와의 협업으로 무슬림 여성을 위한 패션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초에는 런던 매장에서 히잡 판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에는 패션 브랜드 돌체앤드가바나(D&G)에서 히잡과 아바야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이밖에 H&M, 자라, 토미힐피거, 망고, 막스앤드스펜서 등도 무슬림 패션 흐름에 가세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