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소개하며 '여백' 등 시 두 편 페이스북에 올려

지난달 27일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일 근황을 소개하며 시 두 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만찬 회동 후 차기 당권 문제 등에 대한 양쪽의 설명이 엇갈리던 와중에는 이해인 수녀의 '산을 보여'라는 시를 SNS에 띄웠다.

현실정치와 한 발짝 거리를 둔 채 '정중동 행보'에 들어간 문 전 대표가 '음유정치'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시와 함께 한 산행'이라는 글에서 "어제 진주의 부부 몇 쌍과 함께 함양에서 남원 실상사까지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고 근황을 전한 뒤 일행 가운데 시를 좋아하는 국어 교사가 낭송했다는 도종환 의원의 '여백'과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소개했다.

'여백'이란 시는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나무 뒤에서 말없이/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넉넉한 허공 때문이다/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이라고 적고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라는 시는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어디 한 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어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로 맺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