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통과하고 법사위서 논의 앞둬…"의료영리화"vs"경영악순환 해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법인 사이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관련 규정이 의료영리화에 속도를 내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2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29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의료법인의 해산 사유로 '타 의료법인과 합병해 소멸할 때'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합병 때 이사회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거친 뒤 시도지사가 허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시도지사는 지역주민의 의료이용에 불편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역주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개정안이 법사위까지 통과하면 20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병원을 인수와 합병, 매각할 수 없다.

해산 때에는 병원 재산은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켜야 한다.

개정안이 내세우는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의 장점은 부실 의료기관 경영 악순환의 해소에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도 파산 시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경영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증대하고 건전한 의료기관의 운영과 원활한 의료공급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이 사실상 의료영리화를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 의료법인간 수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작은 의료기관이 인수 합병돼 환자들의 의료접근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일 성명을 내고 "법 개정이 '중소병원 매물 시장'을 만들고 사회적 재산이던 의료기관을 투자자본 회수가 가능한 자산으로 바꿀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이룬 의료법인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하고 법인 간 상업화 경쟁이 더욱 첨예해지는 등 의료영리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국회에 "대자본에 의한 의료법인의 대형화, 경쟁 촉발, 중소 의료법인의 대형병원에의 종속,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악화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며 반대했다.

반면 대한병원협회는 "경영악화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의료법인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과 달리 의료법인만 합병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입법적 흠결"이라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명수 의원의 개정안은 2014년 12월 발의된 뒤 그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다가 19대 국회 막바지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0년 비슷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란 끝에 통과되지 않았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복지위 통과 당시 여야 간 별다른 견해차 없었던 만큼 이런 흐름이 법사위에까지 이어진다면 19대 국회 회기 이내에 입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민·의료단체의 반발이 거센 만큼 뒤늦게 쟁점 법안이 되면서 입법이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