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김영란법 재검토 발언' 정치권 반응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일단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개정에 찬성하면서도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했을 때 시행(9월28일) 전에 법을 개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영란법이 소비 침체 등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초 김영란법에 찬성한 박 대통령이 뒤늦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제신문이 27일 김영란법을 다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의원은 5명이었다. 7명은 반대했고, 1명은 의견을 유보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이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지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7명 중 5명이 법 개정에 찬성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선물도 사라질 것”이라며 “농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등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김용태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모를까 시행도 하지 않은 법을 개정할 순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위축 우려가 크다 해도 공직자 부패 방지라는 명분을 넘어서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금품 수수 금지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다고 하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며 “문제가 많은 법이지만 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반대가 우세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비 침체 등은 입법 과정에서 이미 예상했던 부작용”이라며 “당시에 입법을 촉구한 박 대통령이 이제 와서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신학용 국민의당 의원은 “법 시행령으로 예외가 허용되는 금품 기준 금액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시행령에서 사교·부조 등의 목적으로 주고받는 일정 금액 이하의 금품 수수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당 일부에서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김영란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처벌 대상을 고위 공직자로 한정한 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