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4개 정권 걸쳐 이어지는 서별관회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서별관회의’가 최근 열렸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땐 거시정책협의회의 별칭으로 불렸지만 현 정부에선 공식적인 명칭이 없다. 청와대 서쪽 영빈관 옆에 있는 서별관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회의를 한다고 해서 서별관 회의라는 별칭이 붙었다.

김대중 정부 때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시작됐다. 이후 경제 당국 수장들이 이곳에서 굵직한 경제정책 현안들을 다뤘다. 역대 정부 고정 참석 멤버는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다. 사안에 따라 다른 당국자들도 합했다. 보통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의 좌장 역할을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이 대통령과 총리도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이나 정부 부처에서도 할 수 있는 회의를 왜 서별관에서 할까.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 있어 보안을 유지하기가 쉽다. 서별관은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핵심 관계자 이외엔 회의가 열리는지 알기 쉽지 않다.

도청도 피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등 가정집 같은 분위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땐 점심 때 도시락을 시켜 먹으면서 회의를 했다.

서별관회의는 2002년 10월 국회 대북송금 청문회에서 당시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대북자금 지원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했던 곳이라고 밝히면서 실체가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이 회의에서 대우자동차,제일은행,하이닉스반도체 등 처리방향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회의의 주요 안건은 서별관회의에서 미리 조율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부동산 대책,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이곳에서 협의됐다. 노무현 정부의 당·정·청 핵심 인사 11명이 서별관에 모여 야당과의 연정, 개헌 문제 등 ‘정치적 극비 사항’을 다루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땐 서별관회의 참석멤버들은 매주 화요일 이곳에서 현안을 논의했다. 금융위기 대처 방안, 부동산 정책 등 주요 경제 현안들이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서별관회의를 두고 뒷말도 나온다. 경제관계 장관회의 등 공식적인 정부 협의체가 있는데도 비공식적으로 서별관 회의를 하면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를 두고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별관회의는 항상 해왔다.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부처간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 사전 조정하는 차원이다. 실무적으로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장관들이 논의하자는 취지다. 비공식적으로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최종 결정은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한다.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