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정진석 ‘원내대표 경쟁’ >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왼쪽 일어선 사람)과 정진석 당선자(오른쪽)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선자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나경원·정진석 ‘원내대표 경쟁’ >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왼쪽 일어선 사람)과 정진석 당선자(오른쪽)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선자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청와대와 야당, 당·청, 여야 관계 모두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자체 분석한 보고서에서 ‘청와대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해 주목된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권성동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 작성해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서 공개한 이 보고서는 “총선 패배로 인한 여소야대, 실업자 속출과 국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 3당 구도하의 유력 대선주자 부재 등을 감안하면 정권 재창출이 심각한 위기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의 ‘6대 패인’으로는 공천 실패, 경제·민생 악화, 홍보 실패, 부실한 여론조사, 공약 혼선, 잇단 선거 승리에 따른 ‘성공 함정’ 등을 꼽았다. 정책위원회, 선거대책위원장, 홍보라인 등이 저마다 설익은 공약을 쏟아낸 데다 엉터리 여론조사에 취해 ‘국민의당 변수’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당선자들은 모두 언론 카메라 앞에서 허리를 90도 굽히며 ‘반성과 성찰의 인사’를 했다. 또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빠진 뒤 이어진 난상토론에서는 ‘총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갔다.

전체 당선자 122명 중 김무성 전 대표 등 6명은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공천 과정에서 추태를 보여 국민을 실망시킨 결과는 4·13 총선의 참패였다”며 “네 탓보다는 내 탓이라는 성찰과 단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인 이종구 당선자는 ‘진박(眞朴·진짜 친박) 마케팅’ 논란을 일으킨 최경환 의원에게 “삼보일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행동으로 보이라”고 몰아붙였고,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의원은 “여론조사로 공천한 뒤 야반도주한 것은 김무성 대표 아니냐”고 맞섰다. “친박은 어떤 당직이든 맡을 꿈도 꾸지 말라”는 일부 비박계 의원의 발언에 친박계 일부가 “뭘 잘못했느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최다선(8선) 당선자인 서청원 의원은 “모든 걸 훌훌 털겠다”며 “대권 꿈도 없고 원내대표 생각도 없고, 일부에서 국회의장 자리에 욕심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야당이 주지 않으면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은 원내대표 선출 방식도 합의하지 못했다. 누구나 출마해 경선을 해야 한다는 친박계와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당내 친박 중진을 빼고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비박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권 본부장은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선출 방식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 오늘은 백가쟁명으로 쇄신·화합 방안을 쏟아낸 거라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원내대표·정책위원회 의장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신상진 의원을 선임했다. 원내대표 입후보자가 2명 이상이면 별도의 중재가 없을 시 경선 수순을 밟고, 다음달 3일에 당선자 총회를 열어 선출할 예정이다.

박종필/임현우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