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햄리 CSIS 소장-주펑 난징대 교수, 아산플래넘 포럼서
北 핵개발 동기에도 시각차…"안정보증 생각" vs "전력 균형"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요인인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를 놓고 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가 26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정치 포럼에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국제관계 포럼 '아산플래넘 2016'에서다.

연사로 참석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반대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의 레이더는 250km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중국의 미사일이 한반도를 향해 올 때만 사드가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한국을 공격할 때만 사드가 중국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체제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우려는 합리적"이라며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은 배가될 것이고, 미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억제력은 약화할 것"이라고 중국의 우려를 직설적으로 밝혔다.

주 교수는 특히 "우리(한중)은 이웃국가"라고 강조하며 유교 경전에 나오는 '수망상조'(守望相助·지키고 살펴서 서로 도와준다)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방인이 몰래 들어와 부정행위를 하려고 하면 서로가 견제하고 막아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 "사드 배치는 북한 문제의 복잡성을 불필요하게 증대시킬 수 있으며, 중국이 한국과 적극 협력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고려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중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동기를 둘러싸고도 미묘하게 다른 시각을 보였다.

존 햄리 소장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핵무기가 궁극적으로 안정과 정당성을 보증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주 교수는 북한이 "남한보다 약세인 재래식 전력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북한의 핵 열망 배경에 있으며, 심리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핵 협박이나 핵 모험주의는 아무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핵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는 있지만, 동시에 이것은 종이호랑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도 표현했다.

주 교수는 "북한이 많은 수사(修辭)를 사용하고 있지만 감히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엄두는 내지 못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의 결과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중 전문가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강한 반대의견을 밝혔다.

주 교수는 핵무장론을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표현했고,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펑 교수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민생엔 타격을 입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원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이 (연간) 북한에 제공해 왔던 원유가 50만t"이라고 밝히고 "제재 하의 북중 교류가 과거와는 다르고, 이에 영향을 받아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북한 주민의 고통이 더 느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