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김종인 합의추대론’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대안으로 ‘전당대회 연기론’이 나오고 있다.

‘추대론’은 당권 주자들의 반발에 이어 지난 2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 만찬 회동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의) 출마 권유를 거절했다”고 회동 내용을 전한 반면 문 전 대표 측은 “(김 대표의) 전대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상반된 얘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대화 내용이 보도된 것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이 불필요한 내홍 조짐을 보이자 중진들이 25일 ‘전대 연기론’으로 진화에 나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전대를 열면 바로 총선 패러다임이 다른 프레임으로 바뀐다”며 “일정 기간 총선 민의대로 끌고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대를 통해 당권교체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언젠가는 해야 하겠지만,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전대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김진표 당선자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전대를 조급하게 7월에 하는 것은 당을 계속 당내 경쟁 상황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하반기로 연기해 그 전에 당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구체적 쇄신 내용과 전략을 세운 뒤 그때 가서 김 대표 추대론이냐 경선이냐를 논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총선 결과를 보면 원내 1당이 됐으니 일단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며 “내년 대선까지 어떻게 하느냐는 다음 지도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변화를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이적행위”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국민에 의해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경제에만 구조조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구조조정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계속 비상상황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총선에서 우리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은 ‘당권’이라는 계파의 욕심이 아니라 ‘집권’이라는 국민의 염원”이라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