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만찬 회동으로 이른바 '김종인 합의추대론'은 사실상 소멸됐지만, 무게추가 전대 연기론쪽으로 이동하는 듯한 모양새이다.

김 대표는 "전대 불출마를 권유했다", "비대위가 끝나고 대표를 그만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했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부인하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언제든 짐을 싸고 당을 떠날 수 있다'며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온 김 대표의 '격앙모드'와 맞물려 경선과 합의추대의 절충안으로 연기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당내에선 경선 원칙론도 존재하고 있어 결국 당선자 대회 등의 내부 토론과정을 통해 결론이 도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5일 교통방송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인터뷰에서 "만약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바로 총선 패러다임은 다른 프레임으로 바뀌게 된다"며 "일정기간 총선민의대로 끌고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대를 통해 당권교체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언젠가는 해야 되겠지만, 시기랄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잘 고려해 지혜로운 당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전대 연기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도 하나의 고려할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김진표 당선인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의 체질과 정체성 쇄신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지, 선거가 끝난지 열흘도 안돼 당 대표를 누가 하느냐,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는 갖고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못하고 아주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를 조급하게 7월달에 하는 것은 당을 계속 당내 경쟁상황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면서 "하반기로 연기해 그 전에 당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구체적 쇄신의 내용과 전략을 세운 뒤 그때 가서 김 대표 추대론이냐 경선이냐 이런 걸 (논의)해야한다"며 전대 연기론을 거듭 폈다.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비주류측 이상민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는 어느 경우에나 원칙적으로 가능하면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최소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 상황을 함께 고려해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면 최소한의 기간을 정해 다소 연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냥 막연히 몇몇 사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연기를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거를 치르자마자 (김 대표에 대해) 당신은 이제 필요 없으니까 전대를 곧바로 하자는 것은 다소 인색하거나 야박하다는 생각은 든다"며 "여러 공과가 있지만 김종인체제가 제1당으로 가는데 일정부분 기여를 했다면 일정 부분의 존중과 예의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김 대표에 대해선 "화가 많이 나셨지만 조금 삭히셔야 한다"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기론이 타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문 전 대표의 잔여임기를 다 채울 경우 당 대표를 뽑는 전대와 대선주자를 뽑는 전대간이 너무 좁혀져 차기 대표의 역할이 대선 관리에 그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역동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당내 의견을 좀 더 모아봐야 한다"며 "당선자대회 등을 열어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