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유의사 따른 집단탈북이 아닌 납치" 거듭 주장
정부 "집단 귀순은 전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른 것" 반박


북한 리충복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우리측으로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리 위원장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내는 통지문에서 "우리측에서 가족들의 절절한 요청에 따라 그들을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내보내기로 하였다는 것을 다시금 엄중히 통지하는 바"라면서 "범죄행위를 은폐하려 할 것이 아니라 적십자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측 가족들이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나가 자식들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필요한 실무적 조치를 즉각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귀측 당국이 집단 탈북이니 자유의사니 뭐니 하면서 우리 공민들을 강제로 억류시켜놓고 그들을 송환할 데 대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마저 전면부정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이며 숭고한 인도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난 7일 국내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에 대한 북측의 가족 대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의 집단 귀순은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으로, 북한이 4월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북적 중앙위 위원장 명의의 통지에 따른 가족 대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가 남측에 통지문을 보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우리 정부로) 통지문을 보낸 것이 없고, 대한적십자사에도 북측의 통지문이 온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지난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도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자발적 귀순이 아닌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사랑하는 딸들을 백주에 유인 납치당한 우리 가족들은 지금 한시바삐 꿈결에도 보고 싶은 자식들과 직접 대면시켜 줄 것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가족간 대면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귀순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납치한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여론전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김호준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