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테헤란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하기로 하면서 이란과 수도 테헤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196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테헤란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거리 이름 덕분에 친숙한 지명이다. 1977년 당시 테헤란시장이 서울을 찾았을 때 서로의 도시명을 지명으로 쓰기로 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삼릉로가 이때 테헤란로로 이름을 바꿨다. 테헤란에도 서울로와 서울공원이 있다.

테헤란은 고대 페르시아 말로 ‘더운(Teh) 땅(ran)’이란 뜻이다. 실제 테헤란 날씨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특징적이고 연간 강수량이 200㎜에 불과하다. 중동 하면 연상되는 사막에 있는 도시가 아니라 1200m의 고원에 있고 스텝기후에 속한다. 도시 남쪽에는 사막 지대가 펼쳐져 있지만 북쪽으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해발 3800m 부근 스키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도시 북부에 고급주택지가 있고, 서민은 주로 남부에 산다.

작은 도시였던 테헤란은 1795년 카자르 왕조의 모하마드 칸 아자르가 이곳에서 즉위하면서 수도가 됐다. 1925년엔 팔레비왕조로 바뀌었고, 팔레비1세는 페르시아였던 국호를 1935년 이란으로 바꿨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에는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 등 연합군 수뇌가 모여 ‘테헤란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결정됐다.

전쟁 후 팔레비2세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고레스탄 궁전과 옛 테헤란 지역의 여러 건물 및 성벽 등을 철거하고 신시가지와 신식건물을 지으면서 역사적 건물이 많이 사라졌다. 이라크와의 전쟁 때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으로 또 역사적 건축물이 다수 파괴됐다. 일부 이슬람 종교시설 외에는 문화 유적이 그리 많지 않은 현대식 도시로 보면 된다.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도 많고 랜드마크인 밀라드타워는 435m나 된다.

오랜 경제 제재로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인구가 많이 몰려 환경오염이 심각한 편이다. 팔레비 왕가가 세워질 당시 테헤란 인구는 30만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0만명, 광역지역까지 합하면 1600만명이나 된다. 인구 기준 세계 29위 도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는 200명 이상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사도 1일 테헤란 현지에서 한국 경제인들과 이란 경제 관료들이 만나는 ‘한경 이란 포럼’을 개최한다. 테헤란이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오는 희망의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