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공조 재확인…3시간반 걸친 장시간 연쇄협의
남중국해 거론, 수위조절…한일군사정보협정에 미묘한 온도차


한미일 3국은 19일 서울에서 열린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3국 차원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3국 외교차관 협의회를 가졌다.

3개월 만에 모인 3국 외교차관은 한일(20분), 한미일(2시간50분), 한미(25분) 협의 순서로 총 3시간30여 분간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북한 문제와 지역·글로벌 이슈를 두루 논의했다.

3국 외교차관은 협의회 직후 공동기자회견 형식으로 공조를 과시했다.

임성남 차관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3국간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선제 핵공격과 청와대·백악관 타격을 거론하며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지난 15일에는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발사하고, 5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도 속속 나타나는 등 도발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블링컨 부장관과 사이키 차관도 북한의 추가 도발시 "기존 안보리 결의상 상당한 추가 조치"와 "북한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대책 강구" 등을 각각 언급하며 대북 경고에 호응했다.

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 제재 효과의 단초가 조금씩 나타나는 가운데, 한미일이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 이행 필요성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대외적으로도 대북 압박의 모멘텀을 지속해 나가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북핵 등에 대한 한미일 3국 차원의 공조 강화에는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하면서도 3국간 안보협력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성남 차관은 일본 취재진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체결 전망을 묻자 "오늘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만 답하고 말을 아꼈다.

우리 측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자관계와 국민감정 문제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에도 일본 교도통신이 "일한 안보상의 정보 공유에 필요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조기 체결을 포함한 3국간 안보 협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에 일치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우리 청와대는 "환경조성이 먼저"라면서 선을 그었었다.

반면 사이키 차관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의 발전은 지역·글로벌 안보에 대한 중요한 위협이며 오늘 협의회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합의에 도달했다"며 보다 진전된 답변을 내놨다.

그가 "지역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힌 것도 한일 간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블링컨 부장관도 직접적 답변을 피하면서도 "협력의 원칙을 이제 현실적인 조치들로 바꿔줘야 한다.

오늘 이런 작업을 했다"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특히 앞으로 수 주 간의 작업을 통해 '광범위하고 심도있는 협력방안'을 선보일 것이라는 블링컨 부장관의 발언으로 미뤄 조만간 미일의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날 3국 외교차관들은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미중 간 갈등 사안인 남중국해 문제를 사실상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블링컨 부장관이 국가의 크기를 불문하고 규칙기반 질서(rule-based order)를 따라야 한다면서 "항해, 상공 비행의 자유 쟁점들도 논의했고, 협력을 약속했다"고 언급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견제' 성격으로 풀이된다.

남중국해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하면서도 대북제재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쥔 중국에 대해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날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글로벌 현안에 대한 실질적 공조로 발전시키는 데도 중점을 뒀다.

이날 회의에서 3국이 올해 여름 처음으로 중동 문제에 대한 3자 협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도 그 일환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