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채우기식 법안 남발
19대 법안처리율 43% '최저'
은행법 개정안도 처리 불투명
법안 1만개 쌓인 국회…규제개혁특별법도 자동 폐기되나

19대 국회에서 지난 4년간 발의된 법안 중 1만여개가 가결·부결 등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5월29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와 대부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에는 규제 개혁 등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 법안이 많아 19대 국회가 민생 법안을 외면한 ‘식물 국회’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9일 국회 법안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1만7757건 중 7683건이 의결 또는 폐기됐고 1만74건은 계류돼 있다. 상임위원회별로는 안전행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각각 1000건이 넘는 법안이 계류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안 1만개 쌓인 국회…규제개혁특별법도 자동 폐기되나

법안 처리율은 43.3%로 역대 국회 중 최저다. 국회 법안 처리율은 15대 77.6%에서 16대 68.3%, 17대 56.7%, 18대 51.1%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21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 있는 93개 법안 등 일부를 통과시켜도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40%대 중반에 머물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의원들이 각 정당과 시민단체가 평가하는 의정활동 실적을 채우기 위해 법안을 남발한 데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법안은 재적의원 60%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절차를 밟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어려워진 것을 법안 처리율이 낮아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규제개혁 특별법 제정안, 은행법 개정안 등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법안들도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규제개혁 특별법은 기업의 신사업 진출 등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법으로,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11월 발의했으나 1년 반 동안 정무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 규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땐 이와 비슷한 기존 규제를 없애도록 하는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19대 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은행법 개정안은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 시 최대 10%)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최대 50%까지 늘려주는 내용이다. 인터넷 은행을 통해 연 10%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경력단절 여성 등의 국민연금 추가 납부를 허용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법안은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1인 1국민연금 체계 구축’과 비슷한 내용이다.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는 내세우면서 정작 관련 법안 처리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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