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참배에 130명 집결…孫 "대한민국 권력 국민에" 정치현안 언급
주변서 "국민에 봉사 기회가 있었으면"…野재편 맞물려 "복귀수순" 분석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9일 이른바 '손학규계'로 불리는 측근들과 대규모 회동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손 전 고문의 상경이 부쩍 잦아진데다 이날 이례적으로 4·13 총선 평가를 비롯해 정치적 발언을 내놨다는 점 등에 주목하며, 사실상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총선 직전인 지난 7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 묘제에 참석하고 나서 12일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것이다.

이제까지는 별도로 외부에 알리는 일이 없이 조용히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참석자들을 위한 '공지'를 별도로 보내 눈길을 끌었다.

참배에는 양승조 조정식 이찬열 김민기 의원과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임종성 당선인 등 더민주내 '친손(친손학규)' 인사들이 대거 함께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손 전 고문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김성식 의원이 나와, 손 전 고문과 부둥켜안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방명록에 "4월 그 어느 봄날 꽃잎처럼 흩날리던 그대여, 그대 영원한 젊음 애절한 마음으로 희망을 바라본다"고 남기고 참배를 진행했다.

이어진 오찬에서 손 전 대표는 이제까지 정치 현안과 관련한 언급을 피해왔던 것과는 달리, 총선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권력이 국민을 무시할 때 4·19 DNA는 항상 드러났다"며 "중국 마오쩌둥은 권력이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4·19에 다시 새겨야할 것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손 전 고문은 당선인들에게 "20대 국회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제도혁명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도록,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측근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송태호 이사장도 건배사를 맡아 "손 전 고문이 지금 정치를 떠나계시지만, 나라를 위해, 큰일을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이라며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당 안팎에서는 4·13 총선 후 더민주의 지도체제 개편이나 야권구도 재편 흐름과 맞물려, 손 전 고문과 측근 인사들이 사실상의 복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하는 등 손학규계가 약진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손 전 고문 측은 "매년 하는 행사일 뿐"이라면서 "정치적인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손 전 고문 역시 이날 기자들이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내가 기자회견을 할 위치가 아니다"라고만 답하고서 말을 아꼈다.

손 전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그분의 성품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복귀 절차라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 전 고문은 참배를 마친 후 다시 칩거 중인 강진으로 돌아갔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