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분권형 대통령' 다시 꺼낼수도…'국면전환용' 비판 부담
안철수 '대선 결선투표' 등 '야당발' 개헌론 가능성도


제19대 국회에서 물건너간 개헌론의 불씨가 제20대 국회에서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국민이 직접 뽑은 5년 단임의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을 모두 맡는 현재의 권력집중, 승자독식체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이른바 '87년 체제'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4·13 총선 결과 어느 한 정당의 '독주'가 불가능한 3당 체제로 의회 권력이 재편되면서 20대국회에서 30년 묵은 87년 체제를 극복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에선 개헌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섣불리 개헌론을 먼저 꺼내 들었다간 선거 참패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뒤집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 개헌해야 된다는 것이 현재 국회의원들의 생각"이라며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에 군불을 땠던 친박(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개헌 문제는 '노 코멘트'다.

20대 국회에서도 당장 어젠다로 내세울 생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여야를 망라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했던 이주영 의원도 통화에서 "집권 여당이 이렇게 된 마당에 개헌을 거론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은 개헌론을 꺼낼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4년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에서 "개헌에 대해선 제가 가진 생각이 있지만, 워낙 예민하고 폭발력 있는 문제"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야권에서도 대통령 중심제를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꾸자는 개헌 주장이 나오곤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에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해 봐야 별로 나라에 도움이 안 될 듯하다"며 "이왕 정치발전을 생각한다면 내각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각제 권력구도가 좋다.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관훈클럽 토론에서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전환과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은 개헌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거부감을 보여 온 박 대통령이 과연 개헌에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개헌론이 정권 후반기에 주로 제기되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성정상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겠다던 의지를 뒤집고 개헌론에 찬성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이재오, 더민주 우윤근 등 여야의 대표적인 '개헌 전도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한 점도 개헌론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이인제·이한구·김태호 의원, 더민주 김성곤 의원,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 등 다른 개헌론자들도 줄줄이 낙선 또는 불출마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참패로 임기 말 권력 누수(레임덕) 위험에 직면한 청와대와 여권 주류세력이 개헌론을 꺼내들며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하는 돌발 변수를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적으로 거론하면 정국은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