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누크, 홀브룩 美차관보에 전해…"김일성 혹 눈에 띌정도"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대 초반 "소련(러시아)은 믿을 수 없고(cannot rely on), 중공(중국)은 믿지 않는다(doesn't rely on)"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는 리처드 홀브룩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과 만나 김일성 주석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의 몬조(Monjo) 공사는 1980년 3월4일 박쌍용 외무부 정무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최근 홀브룩 차관보와 시아누크간 면담 내용"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김일성은 시아누크에게 남침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과 싸울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시아누크는 김일성의 건강에 대해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며, 목 뒤의 혹은 눈에 띌 정도로 크다"고 언급했다.

시아누크는 북한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등 김일성 주석과는 호형호제하던 사이다.

1980년대 초반 북한이 이란 등과의 군사협력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정무차관보는 1980년 10월6일 몬조 공사와의 면담에서 "이란의 보잉 747 수송기가 매일 평양을 왕래하고 있고, 그 운항시간과 비행편 번호까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미측이 적재물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몬조 공사는 "위성으로도 적재물을 식별하기가 어려우며,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다"면서 "관련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박 정무차관보는 같은 해 7월 몬조 공사와의 면담에서는 "세이셸(Seychelles)에서 제복을 입은 북한군이 목격됐고, 방글라데시 군인 100여 명이 북한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미측에 확인을 요청하고, "만일 이 첩보가 확인된다면 북한의 혁명수출과 다름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