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분배 통한 경제정의 중요…기업 목소리도 듣겠다"
"삼성 X-파일 사건 국민이 바라는 정상적 역할…또 같은 선택할 것"

진보진영 최초로 3선 고지에 오른 경남 창원성산 정의당 노회찬 당선인은 의원직을 잃은 '삼성 X-파일'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또 닥쳐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를 "지면 앞이 깜깜해진다, 길이 없어진다"란 절박감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당선인과 일문일답.
-- 3년만에 여의도 복귀 감회는.
▲ 19대때도 당선됐지만 10개월만에 '삼성 X-파일' 사건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번 당선은 그냥 당선이 아니라 복귀하는 의미가 있다.

다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어 상당히 기쁘다.

기회를 주신 창원시민께 감사드린다.

-- 재선에 도전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를 1만3천 표가 넘는 차이로 이겼다.

예상보다 표차가 컸다.

▲ 선거 초반에 이기든 지든 2천~3천 표 내에서 승부가 결정된다는 예측이 많았다.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했고….
창원성산 선거구는 법정동이 7개다.

이제까지 진보진영이 3~4개 동에서는 늘 졌다.

그런데 선거 중반 이후 시민들 반응이 많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더라. 그때 대세가 잡히고 있다고 감지했다.

역대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이기지 못했던 반송동·중앙동·웅남동 이런 데서도 이기는 분위기가 보여 승리를 낙관할 수 있었다.

실제로 투표함을 깨보니 7개 동에서 모두 이겼다.

--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낙선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있었나.

▲ 패배할 거라는 생각보다는 '져서는 안된다.

지면 앞이 깜깜해진다'라고 생각했다.

승부라는 것은 이기고 질 수 있지만 이번 싸움만큼은 지면 길이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절박감이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

-- 유권자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 반대하는 쪽에서는 외지에서 왔다는 것을 약점으로 많이 지적했다.

다른 한편으론 "창원에 내려와 줘서 고맙다"는 지지자도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말씀은 "여기 창원시 국회의원 5명 모두 다 같은 당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제 바꿔야 한다.

그 역할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야당이 당선되는 곳도 있어야 견제가 되고 균형이 잡힌다"는 말씀도 많았다.

-- 선거운동이나 공약에서 진보 색깔을 빼려고 한 것 같은데.
▲ 진보색깔을 뺐다기 보다는 진보의 문제를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삶과 연관된 정책 속에서 찾으려 했다.

보수든 진보든 가급적 이념 논쟁 자체를 피하려고 했다.

정치가 이념논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이나 경제민주화 정책은 공약에 많이 담아냈다.

보수·진보를 떠나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가차없이 발굴해 고쳐나가겠다.

그런 점에서 창원시 생활물가가 다른데보다 비싸더라. 쓰레기 봉투값, 도시가스 요금 인하 공약은 이행하는데까지 나가보려 한다.

-- 창원성산 더민주·정의당간 후보단일화가 전국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을 했다.

후보 단일화 평가는.
▲ 분명히 승리에 도움이 됐다.

물론 그거 하나로 다 이겼다고 볼 순 없지만 승리를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충분하다.

표로 도움만 된 게 아니다.

앞으로 개혁·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경쟁을 하겠지만 큰 선거를 앞두고는 공존할 수 있는 연대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당선됐지만 저는 야당이자 소수파다.

더민주, 국민의당도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연대와 공존이 지속되야 한다.

--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때와 같은 상황이 또 닥친다면.
▲ 여러 번 스스로 되묻기도 했지만 그때 행동은 돌출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정상적인 역할이었다.

앞으로 그런 상황이 또 생긴다면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같은 선택을 할 거다.

-- 정의당은 의석 1석 증가에 그쳐 두 자리 의석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국민의당이 약진하면서 정의당은 원내 4당으로 밀렸다.

정의당이 20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진 것 아닌가.

▲ 맞다.

의석 자체로는 여전히 소수정당을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다음 국회에서는 야당끼리의 조율, 협력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정의당이 더민주, 국민의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진보적인 정당으로서의 역할 외에 야권이 공동보조를 하는데 정의당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본다.

-- 내년 12월에 대선이 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은.
▲ 총선 끝난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

제4당으로 힘들어진 정의당을 원내에 안착시키는 게 저의 역할이다.

대선과 관련해서는 정의당이라는 좁은 틀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큰 틀 속에서 역할을 찾고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하겠다.

--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창원성산을 찾아 지원유세를 한번 했다.

영향이 있었나.

▲ 문 전 대표가 여기 와서 지원을 한 것은 창원성산 한곳만을 본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야권연대가 잘 안되는 현실에서 전국적으로 야권연대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었다.

늦게라도 몇 개 지역, 예를 들면 서울 은평을에서 야권연대가 막판에 어렵게 성사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호남 패배로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문제가 논란인데.
▲ 글쎄 남의 당 문제까지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호남에서 더민주의 저조한 득표를 문 전 대표 혼자만의 책임으로 물을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든다.

-- 국회 상임위 선택은.
▲ 창원국가산단 문제가 일자리를 포함해 미래 창원의 기틀을 잡는데 중요한 계기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내 산업을 다루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상임위가 개인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당과 당, 정의당 내부에서 논의를 거쳐야 한다.

-- 노동자들은 진보 성향 노회찬 당선에 기대가 크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조심스럽고 거부감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 노사가 서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면은 있다.

저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을 뿐이지 기업자체에 반감이나 반기업 노선을 갖고 있지 않다.

이전 국회의원을 할 때 사용자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제 지역구에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 고도화 사업처럼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가 있거가 국가 성장동력 창출에 필요하다면 기업들 목소리도 듣겠다.

--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는데 정의당이 내세우는 경제정의는 뭔가.

▲ 우리는 두 가지를 내세운다.

첫째는 시장에서의 경제정의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강자 위주의 손쉬운 해고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두번 째는 분배를 통한 경제정의다.

증세를 통한 복지확대가 필요하다.

-- 안상수 창원시장과 관계설정은.
▲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자체 수장과는 역할이 다르다.

창원시가 잘되는 방향으로, 창원시민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겠다.

-- 홍준표 경남지사 도정에 비판적인 것으로 안다.

경남 도정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 공공의료를 책임진 진주의료원 폐업,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 등 홍 지사가 주도한 몇 가지 정책에 도민 반발이 크다.

그걸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저는 경남도의회 소속 야당 의원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경남도에 협력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