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사퇴 후 비대위 출범 못해 '정치적 아노미'
자성 외에 내놓을 메시지도 없어 원내회의 개최도 '신중'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총선 다음날인 1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했다.

대신 당 재건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키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오는 22일 열릴 전국위원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정식 임명된다.

때문에 비대위가 열릴 때까지는 최고위는 해체되고 새로운 지도부는 들어서지 못함으로써 지도부가 와해된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매일 아침마다 해오던 당 회의 진행도 불투명하다.

그간 새누리당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최고위원회의,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원내대책회의, 수요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잇따라 열어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당의 입장을 결정해 발표해왔다.

그러나 당장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전국위가 열릴 때까지 최고위와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도 열 수 없는 상태다.

원내회의는 열 수 있지만 새누리당은 회의 개최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하고 비대위 구성도 맞물려 있어 아침 회의 진행이 실질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18일이 돼봐야겠지만 당장 오는 19일 원내회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사상 최악의 선거 참패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당 회의를 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여론이 있다.

또 회의를 열더라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향후 당의 변화된 모습을 위해 어떻게 해 나갈지 각오를 밝히는데 무게가 실려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책임있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이런 가운데 정국 현안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선거 패배 충격에 빠져서 일손을 놓고 회의조차 못여는 것은 국정책임을 방기하는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는 데 새누리당의 고민이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회의를 열더라도 사과 말고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회의를 열면 말을 해야 하는 데 중요한 타이밍에 말이 잘못 나오면 큰일 나는 만큼 회의를 여는 것도 꺼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