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최대 위험은 일자리 부족…비대해진 국회 권력 줄여야"
“19대 국회는 계속 행정부의 발목만 잡아 정책이 타이밍을 잃는 ‘정치의 실종’을 초래했습니다. 20대 국회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국회 개혁’을 이뤄야 합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5일 한국경제TV와 한 특별대담에서 다음달 말 개원하는 20대 국회에 대해 이 같은 변화를 주문했다.

윤 전 장관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험으로 ‘일자리 부족’과 ‘정치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일자리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며 “제조업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는 만큼 내수를 일으켜 투자와 소비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선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에 20대 국회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19대 국회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입법부 권력은 비대해진 반면 행정부의 정책 기능은 지나치게 축소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길은 국회로 통한다’는 말이 시장의 정설이 됐다”며 “개헌을 한다면 국회 권능을 재조정해서 행정부에 돌려주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5년 주기로 면세점 특허를 새로 받도록 한 관세법 개정과 신용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정하도록 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대표적인 입법부의 권한 남용 사례로 들었다. 그는 “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가격변수인 신용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매년 책정하도록 한 것은 반(反)시장적”이라며 “면세점 역시 5년 단위로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누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겠냐”고 했다.

‘국회 개혁’의 구체적 과제로는 상임위원장 배분제도 개선과 국회 일부 기능의 세종시 이전 방안 등을 제시했다.

윤 전 장관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직을 전부 맡도록 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득표 수에 따라 배분하고 있다”며 “집권당이 선거에 이겨도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 안 되면 상임위만이라도 옮겨 가 수많은 공무원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무현 정부(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와 이명박 정부(기재부 장관)에서 요직을 지낸 윤 전 장관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우리가 늘 추구해야 할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며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으며 시장과 민간이 경제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