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20대 총선 참패의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총선 개표 결과를 밤늦게까지 지켜본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사상 최악의 패배를 안겨다 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탄식이 끊이질 않았다.

집권 여당의 과반의석 붕괴도 모자라 원내 제1당 지위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놓은 것에 대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흘러 나왔다.

일부 참모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정국을 수습해 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과반 의석이 무너질까 걱정했지만, 원내 제1당을 내줄 정도일 줄은 몰랐다.

민심이 정말로 무섭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6년 만에 펼쳐진 여소야대 구조, 20년 만에 나타난 3당 체제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전체 의석이 167석에 달하는 거야(巨野)가 등장한 만큼 정국의 주도권이 야권에 넘어가 국정의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는 비관론과 더불어 3당 체제 하에서 설득과 협력의 구조로 정국을 돌파해 나갈 수 있다는 다짐이 교차했다.

한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경제활성화 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야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20대 총선에 나타난 민의와 포스트 총선 정국에 대한 청와대의 복잡한 기류가 반영된 듯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총선 결과에 대해 단 두줄짜리 논평을 내놓았다.

으레껏 나올 법한 "민심을 수용하겠다"는 말 대신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이러한 요구가 (총선 결과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만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는 총선 참패로 여소야대 정국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노동개혁 등 4대 구조 개혁을 끝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지난 12일 총선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