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법·노동법·은행법 줄줄이 대기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밀었던 경제법안 통과가 한층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노동개혁법은 정부와 여당이 민생경제법, 경제활성화법이라 칭하며 입법을 추진한 대표적인 법안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극심해 국회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육성하기 위해 세제·금융·제도 혜택과 전문 인력 양성·연구개발(R&D) 지원 등 기본 원칙을 담았다.

이미 한번 폐기돼 다시 발의된 법안으로, 처음 서비스법이 국회에 등장한 2011년 12월부터 따지면 무려 4년 4개월을 끌었다.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 육성을 기대하며 이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서비스법이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 영리화를 추구한다며 반대를 고수해왔다.

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을 개정하는 내용의 노동개혁법은 특히 파견법에서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였다.

정부와 여당은 중장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파견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법이 쉬운 해고를 양산할 것이라며 입법에 부정적이었다.

금융 관련 법안으로는 은산 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지만 쟁점 사안의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만큼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한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입장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놓고는 여야 간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

현재 국회 계류된 은행법 개정안은 발의안에 따라 세부내용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주식보유 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최근 벤처기업협회에 보낸 질의 답변서에서 은행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협회 측이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부작용을 우려하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정부와 여당은 총선 국면에 밀려 처리하지 못한 경제법안을 가능한 한 19대 국회 내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29일 전에 마지막으로 열리는 임시 국회를 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되며 정부와 여당의 법안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졌다.

산적한 경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정부와 여당이 야당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하는 처지다.

설득 과정에서 야당의 뜻을 반영해 일부 법안이 수정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법안 처리에 '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에서는 총선 전 이미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르면 다음 달 전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에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 선거 실패의 화살을 돌리며 다투면 법안 처리를 위한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의 복당 문제도 새누리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법안 처리에 당장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

선거 후 야권 재편을 둘러싼 다툼에 더 집중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9대 국회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입법이 무산되면 20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대비할 계획이다.

금융위도 은행법 개정이 무산되면 이르면 올해 말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의 추진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