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통 >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원유철 원내대표(세 번째) 등이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침통 >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원유철 원내대표(세 번째) 등이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재연됐다. 새누리당은 안정적 과반 의석은 물론 내심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180석 확보까지 목표로 삼았지만 140석에 미치지 못한 개표 결과에 충격에 휩싸였다.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4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4일 0시30분 현재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은 고사하고 무소속을 모두 끌어안아도 140석에도 미치지 못해 향후 정국 주도권을 행사할 동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과 함께 제3당 출현은 입법 권력의 지각 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을 꺼내든 국민의당은 38석을 확보하면서 국회에서 확실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9대 국회의 숙제로 남은 노동개혁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법안 처리 동력도 잃게 됐다. 정책 노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쟁점 법안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안도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13일 저녁 당 선거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 안도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13일 저녁 당 선거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국민의당이 사안마다 더민주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민의당은 ‘야당 본색’을 유지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해 견제 역할을 하겠지만, 더민주와 경쟁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때론 양당의 중재자를 자처하고, 때론 전략적 선택을 함으로써 제3당의 캐스팅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국민의당은 의석 수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 통과 등 사안마다 경쟁자인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민주도 제3당 출현으로 대여(對與) 협상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일정 보이콧 등 극단적인 수단도 동원했으나 앞으로는 국민의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 환호 >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환호 >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국민의당에 협조를 구하면 법안처리 직권상정을 저지할 수 있었던 국회선진화법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직권상정 권한을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 등으로 제한하고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손을 합치면 국회선진화법의 저지를 뚫을 수 있는 의결정족수 180석 확보가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은 당장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당초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에 대한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당장 무소속에 입당을 제의해야 할 판이다. 일단 의석을 늘린 뒤 국민의당과의 협력을 통해 더민주를 견제하며 국회 운영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15대 총선(1996년) 이후 20년 만에 제3 원내교섭단체가 들어서면서 국회의장단이 어떻게 구성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정당은 국회부의장을 할당받을 수 있다. 국민의당에 국회부의장 한 명이 할애된다면 정치권에서는 4선의 김동철 박주선 박지원 주승용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