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쇄신·따뜻한 보수"로 지지세 확보…"곧바로 복당"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의 길을 선택한 무소속 유승민 당선인(대구 동을)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마침내 4선 의원 배지를 달았다.

청와대와 대척점에 서 있다가 여당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되면서 그는 20대 총선 '태풍의 핵'으로 떠올라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 당선인은 2000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경제 교사'이자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돼 지척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후 박 대통령의 지원 속에 2005년 대구 동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 대통령 캠프에서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아 활약하는 등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유 당선인의 성향이 박 대통령과 잘 맞지 않아 둘 사이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그는 박 대통령 행보를 비판하거나 당명 개정에 강하게 반대해 박 대통령과 멀어지고 친박계와도 껄끄러워졌다.

그러다 2012년 새누리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과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는 지난해 2월에 원내 사령탑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비판하고 청와대가 반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과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그를 겨냥해 '배신 정치 심판론'을 들고 나왔고 유 당선인은 친박계 압박 속에 5개월 만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뇌관으로 부상하며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공천 심사 결과 '유승민 사단'으로 분류된 조해진, 류성걸, 이종훈, 홍지만, 권은희 의원 등이 줄줄이 컷오프돼 손발이 모두 잘린 데다, 유 당선인 지역구는 무공천 지역으로 남았다.

탈당 시한 직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그는 뚜렷한 대항마가 없어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당적 없이 출마한 전우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선거 전날까지도 조해진 후보가 출마한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후보 선거구를 분주히 오가며 지원하는 데 온 힘을 쏟고는 "모두 여의도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복당 의지를 거듭 밝히는 그에게 친박계 인사들이 "당선 후 복당이란 없다"며 옥죄어도 "새누리당은 돌아갈 제집이며 복당은 당이 결정할 일"이라고 받아쳤다.

새누리당 공천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서민, 중산층을 위한 따뜻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유 당선인의 애원에 유권자들은 압도적 지지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와 '무소속 연대'를 이룬 후보들이 고배를 마시면서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포스트 박근혜'를 노려온 그의 정치 행보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