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선전에 16년만의 여소야대…두 野, 경쟁 본격점화
통합 등 이합집산 불가피…호남민심 확보전 격화할듯
양당 전대에서 통합론 이슈 부상할 가능성 높아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된 상황 속에서도 20대 총선에서 16년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형성해 외연 확장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더민주는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하며 선전했지만 국민의당 역시 예상밖 낙승을 거두며 확실한 캐스팅보트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두 야당 간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한층 복잡한 수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의석수에서는 더민주에 크게 밀리지만 야권 지지층의 핵심인 호남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둠에 따라 '집토끼'인 호남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야권이 통합 등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것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만에 처음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과반을 얻지 못한 것은 물론 133석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도 밀려 115석의 원내 2당 지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번 총선은 진보 성향 유권자에 기반을 둔 정통야권 세력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통야권 세력의 과반 획득은 2004년 17대 총선 때 152석의 열린우리당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풍'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다.

또 국민의당이 창당 과정에 현역의원이 합류해 교섭단체를 꾸리긴 했지만 3개 교섭단체 체제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계기를 마련한 것은 2008년 18대 국회 때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이래 8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과 달리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성향상 진보, 지역적으로 호남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양당 간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게 현실이다.

양당이 향후 의정활동 과정에서 각종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양당 간 헤게모니 싸움은 호남 민심 확보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국민의당이 선전한 데는 호남의 전폭적 지지가 큰 힘이 됐지만 더민주 역시 호남 없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일대일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한 야권 통합론이 또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크고, 호남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세력이 정계개편 논의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민주는 '맏형론'을 내세워 국민의당과 재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통해 집토끼를 확실히 지킨 다음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이뤄야 한다는 것으로서, 당내에서도 큰 이견은 없어보인다.

반면 국민의당은 내부에서 입장차를 보일 수 있다.

제3정당론을 주창해온 안철수 공동대표는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지만 당내 양대 세력의 한 축인 호남의원 중에는 대선 전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안 대표 측에서는 벌써부터 연합정부나 연립정부를 통합의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합은 불가능하다"며 "굳이 대선 때 힘을 합쳐야 한다면 후보단일화를 위한 연대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 호남권 의원은 "야권이 힘을 모아야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야권이 대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해 시각차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호남의 확고한 지지세를 이어간다면 오히려 안 대표가 공언해온대로 더민주를 포함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규합에 나서는 역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분당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이 또다시 점화되며 '친노 배제론'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야권 내에서 통합 등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단 양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내부 전열을 정비한 뒤 이합집산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머지않은 시점에 통합 문제가 야권 정국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당장 통합론이 터져나오지 않는다면 양당이 각각 예정한 전당대회가 정계개편의 방향을 가늠할 일차 관문이 될 수 있다.

전대 과정에서 통합을 비롯한 야권재편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민주에서는 국민의당에서 먼저 통합 문제를 꺼낼 수 있는 만큼 '통합 전대'를 염두에 두고 전대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