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옥새 파문 결정타" vs 비박 "전략공천 역풍"
비대위 체제 전환 불가피…당권 투쟁 더 치열할 듯
탈당 무소속 복당 문제도 논란거리 부상 전망


새누리당은 일여다야(一與多野)라는 유리한 구도 속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거센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표 결과 오후 11시30분 현재 애초 야권 분열의 반사 이익을 노리며 180석을 넘길 것이라던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는 것은 물론 제19대 총선 결과에도 한참 미달했다.

가정했던 최악보다 더 최악의 결과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160석을 넘어 안정적 과반을 확보했더라면 양대 계파가 그동안의 불협화음을 묻고, 2017년 대선을 관리할 지도부로 당권 이양 작업이 진행됐겠지만 이제부터는 파열음이 생길 일만 남았다.

우선 총선 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날카롭게 대치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을 노출한 게 부동층은 물론 전통적 지지층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이를 놓고 상대 진영에 비난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영남권의 친박계 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무성 대표가 무리하게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면서 현역 물갈이가 저조해짐에 따라 유권자가 등을 돌렸다"면서 "마지막에 옥새 파문을 일으킨 게 결정타였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공천 초기부터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은 지나치게 현역 프리미엄을 보장하게 된다며 우선·단수추천에 의한 사실상 전략공천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반면, 수도권의 비박계 의원은 "대구를 중심으로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지낸 소위 진박 후보를 무리하게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내면서 서울, 수도권까지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결국 전략공천에 대한 역풍이 불었다"고 비판했다.

공천 책임론뿐 아니라 각종 경제활성화법의 발목을 잡은 야당을 비판하며 야당 심판론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정책 노선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판이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은 5∼6월로 예상되는 조기 전당대회에서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미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현재 지도부는 곧바로 해체되고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탈당한 무소속 후보의 복당 문제도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탈당파의 복당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당권, 대권 경쟁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 의원에 대한 복당을 결사 저지하려는 친박계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박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크다.

과반이 붕괴돼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 되면 향후 제20대 국회의 원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다.

한편, 여권 내 유력 대권·당권 주자인 김 대표와 최경환 의원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김 대표의 경우 친박계로부터 공천관리위 심사에 개입해 갈등을 일으킨 데 대한 거센 책임론에 휩싸일 뿐 아니라 자신과 측근 그룹만 컷오프(공천 배제)에서 구해냈다는 비박계의 불신도 동시에 받게 됐기 때문이다.

최경환 의원 역시 선거 참패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진박 감별사'로서 최 의원의 행보는 선거 내내 계파간 내홍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천 과정에서 빗겨나 있던 이주영 의원이 '관리형' 대표로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계파색이 엷어 어느 계파에서도 강하게 비토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