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운천(62) 당선인이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북 전주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았다.

1996년 당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군산에서 당선된 데 이어 여당 후보로서는 꼭 20년만에 적지인 전북에서 당선됐다.

특히 전주에서는 30여년만이다.

새누리당이 전주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한 것은 제12대 때인 1985년 임방현 전 청와대정무수석이 마지막이다.

당시 당명은 민주정의당이었다.

이후 전주는 새누리당의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도 낙선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지난 6년간의 구애에도 민심이 응답하지 않으면 더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낸 그가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다.

당시 "당선까진 바라지 않는다"며 "20% 이상 지지해주면 정부의 예산을 끌어와 전북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으나 18.2%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2012년 제19대 총선에 현재의 선거구에 다시 출마해 사실상 양자구도로 펼쳐진 대결에서 35.8%를 얻었지만 46.9%를 얻은 이상직 의원에게 패했다.

전북은 물론 호남지역에 출마한 여당 후보로서는 최고의 득표율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 대부분이 한 자릿수를 얻는 데 그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때문에 당시 아깝게 낙선한 후보에게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는 '석패율' 제도가 공식적으로 거론될 정도였다.

도지사 선거 패배 이후 여느 정치인과 달리 전주에만 머물며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한 덕분이다.

이에 탄력을 받은 정 당선인은 "지성이면 감천이듯 언젠가는 지역 장벽도 깨질 것"이라며 "그래서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걸겠다"며 다시 4년을 와신상담했다.

온 가족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서울에서 교편을 잡다 퇴직한 동갑내기 부인 최경선(62)씨도 일찌감치 전주로 내려와 정 당선인의 건강과 선거운동을 도왔다.

특히 여자로서는 쉽사리 드나들기 어려운 당구장, 술집, 노래방 등 험한 곳을 마다하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곳씩을 돌며 "여당 의원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던 아들도 휴직하고 딸은 잠시 학업을 중단한 채 아버지의 재도전에 힘을 보탰다.

새누리당도 전남에 이어 전북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김무성 대표가 전주에 내려와 지원유세를 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정운천 당선인은 "시민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낙후한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전주에도 여당 국회의원이 1명은 필요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전주 발전을 위해 유권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신 만큼 '여당 의원 1명이 야당 10명 몫의 일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익산 남성고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농업후계자로 선정돼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하고 한국CEO연합회장과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역임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