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4·13 총선 개표가 진행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큰 충격에 휩싸이며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는 투표 종료와 동시에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상파TV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개표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의 패배로 여의도 정치 지형이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바뀔 것이란 출구조사로 청와대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지만, 과거에도 출구조사가 틀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대를 건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자체 전망인 145석보다 적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관측해왔지만, 내심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을 만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일각에선 여론조사 기관 전망치를 토대로 새누리당이 160석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장밋빛 전망까지도 나왔다 .
청와대의 이런 기대는 선거일인 이날의 차분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청와대 인근 투표소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투표 전후로 청와대 참모들도 서둘러 한표를 행사하는 등 선거 상황을 주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역대 최고치의 사전투표 결과가 더해지면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19대 총선 때보다 높아질 때도 유지됐다.

청와대는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19대 국회와는 다른 20대 국회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한 표 행사한 것으로 본다"면서 투표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투표율보다는 오히려 상당수 여론조사 기관들의 전망대로 여당이 과반을 확보할 것이란 말이 확대되면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정작 투표에 불참하는 상황에 더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돼도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자 대부분의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언론의 전화를 받지 않는 등 무거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패색이 짙어진데다 부산 등 영남지역 텃밭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들에 선두를 내주는 곳이 늘어나자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10개월인 남아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선거 패배에 대한 무겁고 불편한 마음을 '침묵'으로 대신 전한 것이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는 등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노동개혁법 등 4대 개혁법안을 비롯해 국정운영의 토대가 흔들리게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