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지지율' 바탕 3선 달성 유력
경쟁력 있는 대항마 내지 못한 야권 무기력


'취중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윤상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3선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천 남구을에서 출마한 윤 후보는 13일 오후 10시 현재(개표율 24%) 1만1천176표(49.9%)를 얻어 국민의당 안귀옥 4천854표(21.7%), 정의당 김성진 4천94표(18.3%), 새누리당 김정심 후보 2천260표(10.1%)를 압도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막말 파문으로 정계은퇴 압박까지 받은 점을 고려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윤 후보는 자신의 정치역정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최근 겪었다.

2월 말 '공천 살생부' 파문 때 김무성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격한 발언이 3월 8일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으로서 취중 발언은 일파만파로 파문을 일으켰다.

윤 후보는 결국 1주일 뒤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 상실을 이유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그는 고심 끝에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윤 후보는 3월 22일 새누리당 탈당계를 내고 다음 날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빨간 점퍼를 벗고 무소속 흰색 점퍼로 바꿔 입었지만 그에 대한 강력한 지지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구을 시의원·구의원 등 당원 3천527명은 윤 의원을 따라 동반 탈당했고 지역 시각장애인협회·대리운전업연합회 등 각종 직능사회단체의 지지 선언도 줄을 이었다.

진보 시민사회단체가 후보 자진 사퇴를 촉구했지만 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윤 후보의 독주는 국회의원 재선 임기 8년간 지역구를 탄탄하게 관리하며 두터운 지지기반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등을 지내면서도 틈틈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 지역 행사를 챙길 정도로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였다.

한편으로는 윤 의원과 전면전을 피한 새누리당의 포석도 윤 후보의 생환을 도운 셈이 됐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을 택하진 않았지만 남구을에 지역기반이 없는 김정심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윤 후보를 지원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4월 2일 인천에서 지원유세를 하면서도 인천 13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남구을만 뺐다.

김 대표가 12일 다시 인천을 찾았을 때도, 원유철 원내대표가 앞서 6일 지원유세를 왔을 때도 남구을은 피해갔다.

이런 방식의 우회 지원에 새누리당 김정심 후보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는 8일 성명에서 "중앙당이나 시당은 단 1%도 공천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고 협조도 없다"며 "무소속 후보에게 눈치만 보는 작태는 여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다.

윤 의원의 막말 파문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야권은 무기력한 모습만 드러냈다.

야권은 윤 후보가 버티는 남구을에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고 보고 수년간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았다.

윤 후보에 대적할 '대항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더민주와 정의당은 결국 김성진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을 양당의 단일 후보로 내세웠지만 윤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는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막말 파문' 이후 다시 선거전에 합류, 야권 지지세를 갈라놓는 결과를 낳았다.

윤 후보는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물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뛰었다"며 "남구와 정부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그가 3선 의원으로 새누리당에 복당할지, 복당한다면 한층 복잡해진 당내 역학 구도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게 될지 다시 한 번 파란만장한 여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