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정책 선거는 없었다. 여야 모두 4·13 총선에서 국가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는 공천 과정에선 내부 계파 다툼에 여념이 없었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엔 각자 지지층을 단속하려는 ‘읍소 전략’에만 기댔다. 야권 단일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지식인이나 유명인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었다.

이번 총선은 선거판을 흔드는 대형 쟁점이 없는 상태로 펼쳐졌다. 새누리당은 ‘야당 심판론’,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실정 심판론’, 국민의당은 ‘양당체제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어느 것도 큰 흐름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정책 공약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복지 공약 상당수는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이거나 시행 계획을 밝힌 내용이어서 ‘재탕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민주는 ‘경제 실정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대안 제시에 미흡했다는 평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여러 공약을 내놓았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세가 확산되는 것을 견제하느라 정책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힌 야권 단일화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도 대부분 선거 막판에 성사돼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정책과 이슈가 사라지면서 여야는 기존 지지층을 향해 ‘미워도 다시 한번’ 식의 지지를 호소하는 읍소 전략에 치중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며 대구 등지에서 후보자들이 무릎을 꿇고 시민에게 큰절을 하는 행사까지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