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부인·자녀·사위·며느리까지 나서 "도와달라" 읍소
살얼음판 승부 속 표심 자극…"부담스럽다" 부정적 시각도

20대 총선 투표를 이틀 앞두고 살얼음판 승부를 펼치는 충북에서 막판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후보 가족이 총출동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본인 외에 후보자 명함을 주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제한한다.

가족이니 당연히 수고비를 치를 필요도 없다.

일종의 무급 운동원인 셈이다.

하지만 돈의 문제가 아니라 후보자를 위한 가족의 눈물겨운 노력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도움을 줘 선거운동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거리 곳곳에서 후보만큼이나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모습이 유권자의 이목을 끈다.

여야 간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청주 서원 선거구 새누리당 최현호 후보는 이번이 6번째 '금배지' 도전이다.

이런 아버지를 돕고자 20대 두 아들이 나섰다.

최 후보가 예비후보자 신분일 때부터 선거운동을 도운 이들은 매일 10곳 안팎의 주요 길목에서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한 명은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내용을 플래카드를 들고, 남은 한 명이 옆에서 큰절을 하는 식이다.

한 번에 약 30분씩 하루 5시간이 넘는 강행군이다.

큰아들 일규(28)씨는 "아버지는 군소정당에서도 열심히 활동하셨고, 20년이 넘도록 한결같으신 분"이라며 "자식 된 도리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 짬을 내 동생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한범덕 후보는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부인 박희자 씨를 비롯해 아들, 두 딸, 사위에 어린 손녀까지 유세 현장을 나와 한 후보를 돕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한 후보의 가족임을 알리고자 '장남', '큰딸', '사위', '막내' 등의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표심을 자극한다.

한 후보의 사위는 "장인 어른은 청주시장 재임 시절부터 '시장이 수돗물을 믿고 먹지 않으면 누가 신뢰하겠느냐'며 집에 정수기도 두지 않는 분"이라며 "이런 믿을 만한 분을 꼭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한 후보와 맞붙은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 역시 부인, 둘째아들, 며느리 등 가족이 선거운동을 돕고 있지만 스스로 가족임을 밝히기보다는 최대한 조용히 유세활동을 펴고 있다.

가족이 지나치게 드러내놓고 선거 유세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유권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주로 다니며 명함을 돌리는 등 효율성에 무게를 뒀다는 게 정 후보 캠프 측은 설명이다.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에서는 더민주 이재한 후보의 80대 아버지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5선(9·10·12·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희(85) 더민주 중앙당 상임고문이다.

아들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준 이 전 의원은 고령임에도 현역 시절 함께 하던 보좌관과 4개 군 지역을 돌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천·단양 선거구에 출마한 더민주 이후삼 후보의 부인 김경아 씨는 갓 출산한 몸을 이끌고 남편의 당선을 돕고자 선거운동에 합류했다.

김씨는 후보 등록일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딸을 낳은 뒤 보름여 만에 유세현장을 나오는 적극적인 내조로 지역에서 크게 회자했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