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추천 지역 대부분 野 지지세 강하거나 與 분열
무더기 낙선시 '공천책임론' 후폭풍 가능성도

4·13 총선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새누리당의 여성·청년 우선 추천 후보 대부분이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실제 선거결과가 주목된다.

벌써부터 선거 후 공천책임론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일부 지역구에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를 우선추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청년 우선추천 대상으로 이준석(서울 노원병)과 원영섭(서울 관악갑) 후보, 장애인 우선추천 대상으로 양명모(대구 북을) 후보 등이 선정돼 공천을 받았다.

여성우선추천 대상자로는 이음재(경기 부천원미갑)·박순자(경기 안산단원을)·김정재(경북 포항을)·손수조(부산 사상)·이은재(서울 강남병)·이인선(대구 수성을)·황춘자(서울 용산) 후보 등이 있다.

이 중 10일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와 자체 판세분석을 볼 때 확실한 당선권은 여당의 텃밭인 강남병에서 공천을 받은 이은재 후보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여성·청년 우선추천 지역구 대부분이 기존 야권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거나, 여당 우세지역이었지만 공천 후유증에 따른 여권 분열로 인해 사실상 험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노원병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재선에 도전하는 곳이고, 부산 사상은 이번 총선에는 불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역구를 맡아 그동안 관리해왔던 곳이다.

그 결과 새누리당 후보들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나, 대선주자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구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관악갑은 높은 청년 인구 비율로 수도권에서도 야권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이고, 경기 부천 원미갑과 안산 단원을도 야당 의원의 '현역 프리미엄'을 넘어서야 하는 지역구다.

또 여당이 유리한 지역구에서도 우선추천에 반발한 기존 여권 인사들이 대거 탈당 후 출마하다 보니 여권표심이 분열된 상황이다.

경북 포항을에서는 포항시장을 두 번 지낸 박승호 후보가 있고, 대구 수성을에서는 3선 의원 주호영 후보, 부산 사상의 18대 의원 출신 장제원 후보, 서울 용산의 더민주 진영 후보 등이 그런 사례다.

기존 인사들의 지역 기반과 지지세가 만만찮다 보니 중앙당에서 추천을 받고 내려온 인사들이 선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우선추천 후보들의 무더기 낙선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총선 후에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수성을과 서울 용산 등에서 우선추천 제도를 사실상 현역의원 '컷오프' 수단으로 활용한 만큼 이 지역구를 내준다면 공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라는 당헌·당규상의 명분이 퇴색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