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 행사하려 미리 시간 내"…출장·여행객은 공항서 '한 표'
"신분증만 있으면 돼 쉽고 편리해"…'인증샷' 찍으며 기념도


사건팀 = 4·13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8일 투표소마다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총선 당일 각자의 사정으로 투표소를 찾기 어려운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에 조금이라도힘을 보태야 한다며 한발 앞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넥타이 부대'는 출근·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았고,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도 출국 전 인천공항 투표소에 들러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서울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는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근하는 30∼50대 직장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7시께 서울역 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최우길(39)씨는 "경기도 수원에 사는데 출근길에 잠깐 들러 한 표를 던졌다"면서 "총선 당일에도 일해야 해 사전투표를 했는데, 절차가 무척 쉽고 투표소도 붐비지 않아서 좋다"며 회사로 향했다.

강남역 인근인 역삼동 역삼1투표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와 함께 삼삼오오 방문한 직장인이 많았다.

테헤란로에 있는 IT회사에 다닌다는 이모(31)씨는 "날씨가 좋아 점심 먹고 산책을 할 겸 투표하러 왔다"며 "사는 곳은 관악구인데 주민등록증을 인식해 맞춤형 투표지가 나와 신기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여)씨는 "총선 날 가족들과 함께 투표하려고 했는데 그날 출근해야 해 오늘 왔다"며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고 해 점심 먹고 투표하러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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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 지역구에 마음에 드는 후보가 나와 이미 마음은 정해졌던 상태"라면서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후보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김모(41)씨는 "선거 때마다 늘 일찍 출근을 해 투표를 못 했는데, 오늘 직장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투표했다.

후배 손에 이끌려 왔는데 쉽고 간편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구 약수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60대 여성 이모씨는 "선거일에 딸과 사위가 모두 일할 예정이라 그날 손녀를 봐줘야 해 오늘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식당 주방에서 일한다는 양모(31)씨는 "선거일에 온종일 일해야 해서 오늘 왔다"며 "후보들이 고만고만하지만, 투표권은 소중하다고 생각해 꼼꼼하게 공약을 비교하고 내 정치성향에 맞게 표를 던졌다"고 투표소를 나섰다.

휠체어를 타고 영등포구 문래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황무길(78)씨는 "다리가 아파 총선일에 투표소인 영등포초등학교까지 가려면 힘들어 사람이 적을 것 같은 아침 일찍 가까운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용산역에 차려진 투표소에 들른 조모(41)씨는 종이에 투표 도장을 찍어 나와 "투표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전시회가 공짜인 게 있더라"며 "인스타그램에도 투표 인증샷도 올리려 한다"며 투표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G카운터 뒤편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에도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기 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이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관내 64명, 관외 1천409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투표장에는 여행용 가방을 손에 든 시민 40∼50여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지만, 유권자의 권리를 빠지지 않고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줄이 짧아지지 않았다.

미국 출장길에 사전투표소에 들렀다는 회사원 최묵(57)씨는 "출장 일정과 투표 날이 겹쳐 권리를 행사하려고 들렀다"며 "예전에는 사전 투표를 하려면 미리 등록했어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장인숙(69·여)씨는 "친언니가 꼭 투표하고 출국하라고 당부해 투표했다"며 "해외에 사느라 그동안 투표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권리를 행사해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길에 투표한 허모(29)씨는 "AOA 설현 사진 아래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호기심에 자세히 봤더니 사전 투표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투표 날이 언제인지 몰랐고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투표 열기가 뜨거워 나도 모르게 동참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