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 열리지만 '분실 신분증' 모니터에 표시 안 돼
행자부, 같은 부처 소속 직원만 출입 가능한 '출입통제' 검토


정부서울청사에 무단 침입한 '공시생'이 훔친 신분증 일부는 분실신고가 됐지만 방호시스템이 침입자를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수사 초기 공시생 송모(26)씨가 훔친 신분증으로 여러 차례 청사를 드나든 사실이 알려지자 신분증 분실신고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신분증을 도난당한 공무원이 즉시 분실신고를 하고, 신고가 곧바로 처리됐다면 송씨가 반복적으로 청사를 드나들 수 있었겠느냐는 자연스러운 문제 제기다.

이 때문에 신분증을 도난당한 공무원 3명이 분실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가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도 나왔다.

7일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보면 신분증을 도난당한 공무원 일부가 분실신고를 했지만 방호시스템이 송씨의 침입을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송씨는 올해 2월28일 청사 1층 로비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신분증 1개를 훔쳐 인사혁신처로 들어가는 데 처음 성공했다.

3월5일 휴일(토요일) 다시 청사를 찾은 송씨는 후문 신분증인식기(스피드게이트)에 훔친 신분증을 접촉시켰지만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신분증 소지자가 분실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휴일 근무자는 송씨가 훔친 신분증을 부정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분실신고된 신분증인 탓에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스피드게이트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분실신고 사실이 표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모니터에 분실 사실이 뜨거나 이를 알려주는 경보음이 있었고 부정사용 대응절차가 작동됐다면 송씨의 추가 출입을 막을 수도 있었다.

행자부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상 신분증이라고 해도 스피드게이트 자체 오류로 안 열리는 경우도 더러 있어 휴일 근무자가 분실을 의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스피드게이트 상단 모니터에 분실이나 오류 종류를 표출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정부서울청사 별관, 즉 외교부 청사처럼 사무실은 같은 부처 소속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게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

외교부는 정부서울청사와 달리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해야만 로비로 진입할 수 있다.

또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외교부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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