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무소속 후보 상징색 내세워 운동…오해 살까 함부로 못입어

대구에 사는 주부 최선영(39·여)씨는 최근 외출할 때마다 고민이다.

무슨 색의 외투를 입을지 고르기 어려워서다.

최씨는 최근 등산모임에 갔을 때 새로 산 노란색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갔다가 "노란색 정당을 지지하느냐"란 얘기를 주변 사람에게서 들었다.

노란색은 정의당의 상징색이다.

최씨는 "상대방은 별 뜻 없이 한 얘기였겠지만 이 점퍼를 입을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아 최씨처럼 옷 색깔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각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와 선거운동원이 옷 색깔을 통일해 선거운동을 하다가 보니 빚어진 일이다.

새누리당은 빨간색,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 국민의당은 녹색, 정의당은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내세웠다.

유승민, 류성걸, 권은희 등 대구 무소속 후보 상당수는 흰색으로 통일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대구 북구을 선거구에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는 주황색을 선택했다.

그러다가 보니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상징색 옷을 입은 사람은 해당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직장 특성상 복장이 자유로워 점퍼를 자주 입는다는 서상일(43)씨도 출근할 때마다 최씨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

"특정정당 선거운동원이냐"고 물으면 웃으며 넘기곤 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봄에 고를 수 있는 옷 색깔이 한정된 상태에서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상징색과 겹치지 않는 색의 옷을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서씨나 최씨 같은 사람은 옷 고르는 데 따른 고민으로 선거가 어서 끝나기만 기다릴 뿐이다.

서씨는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와 겹치지 않으려면 검은색 옷을 골라야 할 정도다"며 "선거철이다가 보니 오해 소지가 있어 봄에 맞는 화사한 색의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