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200∼250㎞ 이동…"1시간 달려도 100명 못 만나"
예산 적고, 비용 더 들고…후보들, 이·삼중고 속 강행군

"밤낮없이 돌아도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어떤 곳은 한 번이라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선거구 통합으로 '공룡선거구'가 된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선거구 출마후보들은 선거를 일주일 앞둔 6일 넓디 넓은 선거구를 돌며 발품을 파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 지역은 당초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4개 시·군으로 이뤄진 거대 선거구였다.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면서 홍천·횡성에서 분리된 횡성이 추가 편입되면서 면적은 크게 늘어났다.

선거구 면적만 5천112.38㎢. 서울시 면적(605㎢)의 9배에 달한다.

전국 선거구 중 가장 좁은 선거구인 서울 동대문을(6.01㎢)의 851배다.

여의도 면적(2.9㎢)으로 따지면 1천763배 넓다.

무려 5개 군이 묶였지만, 여의도로 갈 수 있는 출마자는 당연히 한 명뿐이다.

이날 횡성과 영월은 낮 최고기온이 24도까지 오르는 등 섭씨 20도를 웃돌았다.

후보들은 연신 땀을 훔쳐내며 표심을 잡느라 동분서주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는 이날 영월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연설을 하고 상가를 돌자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전 내내 영월을 돌며 유세활동을 이어나갔지만, 한 곳에서 만난 사람은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농사철이 시작돼 시내에 나온 주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장승호 후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장 후보는 이날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240㎞를 달렸다.

차 안에서 보낸 시간만 4시간이다.

오전 8시 태백에서 아침 인사를 시작으로 11시에는 횡성 시계탑 로터리, 오후 2시 영월 주천면을 누볐다.

그가 횡성과 영월에서 만난 사람은 150명도 되지 않았다.

상인들과 오가는 손님이 전부였다.

그는 "왜 이렇게 빨리 가느냐, 얼굴 보기가 힘들다"는 유권자들의 하소연을 뒤로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다시 차에 올라야 했다.

이번 총선 도내 최고령 출마자이자 전직 도지사인 무소속 김진선 후보는 이날 횡성 시장 앞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에 힘들 법도 하지만 김 후보는 도지사 경험을 강조하며 열심히 한 표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될 수 있으면 모든 상가를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본인이 돌지 못하면 아내가 나서기도 한다.

후보자들이 이처럼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선거구 모두를 돌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여러 곳을 이동하다 보니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200∼250㎞. 많을 때는 300㎞ 이상을 이동한다.

이동시간만 한나절 가까이 된다.

마을 구석구석 들어가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너무 적다.

한 번 방문하기도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용은 부족하다.

후보 1인당 선거비용 제한액은 2억3천800만원이다.

선거운동원은 134명으로 춘천선거구(80명)보다 50명이나 많이 필요하다.

5개 시·군마다 선거운동원을 배치하는 것은 사치스러울 정도다.

선거운동원 인건비에만 1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데다가 홍보물, 유세 차량, 연락소 운영비까지 합치면 허리띠를 조르고 또 졸라야 한다.

명함조차 5개 지역마다 달리 만들어야 하고, 공약도 어느 한 곳 소홀하면 안 된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뭐든지 짜게 운영해야 한다.

선거운동원들도 말씀은 안 하시지만, 불만이 왜 없겠느냐"며 "예산은 제한적이어서 제대로 못 챙겨드린다.

저희도 많이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 역시 "더 홍보하고 싶어도 돈을 쓸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문자발송이나 여러 가지 홍보물을 제작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의 공약을 알려야 하는 후보들은 밴드나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지만 고령층이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후보들은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다.

차 안에서 빵이나 우유, 떡 등으로 한 끼를 때우기 일쑤다.

이날 횡성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은 장승호 후보는 차 한 잔의 여유도 가질 새 없이 또 차에 몸을 싣고 유세길에 올랐다.

아쉬운 건 후보들뿐만이 아니다.

후보들이 얼굴만 잠깐 비추고 가다 보니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알지 못하는 주민도 많다.

평창 지역 주민 박모(60·여) 씨는 "농사 준비로 바쁜 데다가 후보가 왔다고 해서 가보면 벌써 가고 없더라"며 "후보자 얼굴도 모르는 주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편입된 횡성군 유권자 대부분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횡성 지역 주민 김모(55) 씨는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날까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라는 곳, 가야할 곳 많은 많지만 시간과 돈이 부족한 후보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conanys@yna.co.kr